(종합)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 살균제 기자회견…"7월 독립 패널 구성해 구체적 보상안 마련"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이하 옥시) 대표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프달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독립적 기구를 만들어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 대해 최고 책임자가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은 2011년 처음 논란이 불거진 지 5년 만에 처음이다.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폐손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옥시 제품이 해당 사건과 관련된 것과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포괄적 보상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한 1·2차 피해조사에서 1등급(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과 2등급(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높음)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이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내용이다.
그 외 피해자들에게는 옥시가 내놓은 인도적 기금을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옥시가 말하는 '인도적 기금'이란 2014년에 출연한 50억원과 지난달 21일 발표한 추가 출연 계획금 50억원을 합한 100억원이다. 이 금액은 1·2등급 피해자를 제외한 3·4등급 피해자 및 추가 피해자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사프달 대표는 오는 7월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피해자 1인당 보상 금액 등 구체적인 보상 내역은 패널 조사를 바탕으로 최종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속한 처리를 위해 패널 구성은 간단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구성원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제품의 위해성 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레킷벤키저의 모든 제품은 본사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한다"면서 "(논란 제품은) 15년 동안 시중에 판매되던 제품"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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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달 대표는 구체적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1·2등급 피해자를 위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과 인도적 기금 사용처 외에 구체적인 보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들의 항의로 이날 기자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산소통 호스를 코에 연결한 채 휠체어에 앉아있는 14세 아들을 동반해 "아이가 학교도 못 가고 운동도 못하고 있다"며 "(2~3년 있다가 떠나는) 한국 대표가 아닌 영국 본사 대표와 얘기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프달 대표는 "나는 본사는 물론 한국 법인을 대표해 나왔다"며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될 때까지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유가족 연대)은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면피용 사과"라고 비판했다.
최승운 유가족 연대 대표는 "옥시가 지난 5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하다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야 사과를 했다"며 "유가족연대는 이 같은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 백 명을 죽인 옥시는 사명을 2번 바꾸는 등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며 "옥시의 자진 철수, 폐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이 포함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등을 사용한 영유아와 성인 228명이 숨지고 1528명의 피해자(이상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를 낸 사건이다.
RB코리아는 레킷벤키저 한국법인으로 2001년 동양화학그룹 계열사 옥시의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됐다. 세탁표백제 '옥시크린'과 습기·냄새제거제인 '물먹는하마' 제품 등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옥시 측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제조된 제품 전량을 2011년에 회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