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세트' 내놨지만… 식당마다 빈자리, 매출 20~30% '뚝'

'영란세트' 내놨지만… 식당마다 빈자리, 매출 20~30% '뚝'

송지유 기자
2016.10.27 05:34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 외식업계 3만원 이하 메뉴 잇단 출시…발빠른 자구책에도 타격 커

서울 중구의 한 중식당이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출시한 신메뉴/사진=이기범 기자
서울 중구의 한 중식당이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출시한 신메뉴/사진=이기범 기자

"영란법, 저녁에도 걱정마세요. 1인 세트가격 2만90000원에 모십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외식업계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손님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자구책으로 내놓은 3만원 이하 이른바 ‘영란세트’가 인기를 끄는 한편 식사 비용을 각자 계산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횟집은 종전 3만5000원부터 시작했던 코스요리를 2만9000원으로 낮춰 메뉴판을 바꿨다. 2만9000원짜리 신메뉴의 경우 회 품질은 기존 코스와 동일하게 하지만 양을 줄였고, 손님 테이블에서 직접 끌여주는 탕 요리 등을 빼고 구성했다.

이 횟집 사장은 "2만9000원 세트를 팔면 남는 것이 거의 없지만 김영란법 대상인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며 "수익을 포기하고 대신 회전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식당가와 고급 레스토랑도 잇따라 3만원 이하 세트 메뉴를 내놨다. 롯데백화점 본점 14층에 새롭게 문을 연 중식당 '루이'는 2만8000원짜리 점심세트를 선보였다. 파이낸스센터 중식당 '메이징에이'도 3만원 이하로 조정한 신 메뉴를 추가했다.

일품요리와 식사, 술 또는 음료까지 풀코스로 먹을 수 있는 1인당 3만 원 이하의 세트 메뉴를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광화문의 A한정식집은 2시간 동안 식사 코스와 함께 소주·맥주 등 주류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1인 3만원 세트를 선보였다. 음식은 기본 코스를 제공하되 술은 고객들이 직접 가져다 마시면 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텅빈 서울 도심의 한정식집/사진=뉴시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텅빈 서울 도심의 한정식집/사진=뉴시스

이같은 외식업계 자구책에도 서울 광화문·시청·여의도와 세종시 등 관가와 지자체, 대기업 등이 밀집한 지역 식당가는 매출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회식이나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저녁 장사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화문의 한 한정식집 관계자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예약이나 주문 전 가격을 꼼꼼히 따진다”며 “각자내기를 하더라도 1인당 식사비용을 3만원 이하로 제한해 객단가가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일식집 사장은 “김영란법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 손님들이 3만원짜리 영란세트를 주문한다”며 “지난해 메르스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평소 손님이 많아 당일 예약이 어려웠던 인기 식당들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빈 자리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무교동의 A복어집, 북창동 B장어집 등은 요즘 점심·저녁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에도 빈방이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주 등 메뉴값이 비싸지 않은 호프집 등도 썰렁한 분위기다. 을지로의 한 맥주집 직원은 "저녁 9시 이후에는 빈 테이블이 없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저녁 약속 자체가 줄어드니 2차로 찾는 맥주집까지 도미노로 매출 타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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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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