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미세먼지 지옥인데, 복합몰 문닫으라는 정치권

[우보세]미세먼지 지옥인데, 복합몰 문닫으라는 정치권

조성훈 기자
2019.03.20 06:00

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고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심의를 재개했다. 이날 선순위 법안들에 밀려 본격적인 심의는 다음 회차로 미뤄졌지만 내달 본회의가 열리면 재논의될 전망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논란이 많은 법안이다. 정부 여당은 소상공인 단체들의 규제요구에 따라 개정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 스타필드나 롯데몰, 아울렛 등 복합쇼핑몰을 그대로 두면 인근 지역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일요일에 강제로 쉬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권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여론은 대체로 싸늘하다. 미세먼지 지옥 속에서 그나마 가족들과 편하게 쉴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이달초 연휴기간 서울 시내와 수도권 복합쇼핑몰은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미세먼지 공습에 복합쇼핑몰이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한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식당가와 극장, 아쿠아리엄, 키즈카페, 놀이시설 등이 함께 운영돼 단순 유통시설을 넘어선 여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복합쇼핑몰 규제를 대기업과 자영업간 대결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국민 소비패턴이나 여가수요 변화를 간과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재난수준인 미세먼지는 물론 추위나 더위를 피해 쇼핑과 여가를 즐기는 지역기반시설이자 공공 인프라로 간주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일부 소상공인단체의 의견이 전부인 양 편협한 규제 논리에 매몰돼 있다. 정작 골목상권을 침탈한 편의점과 온라인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규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복합쇼핑몰을 쉬게 하면 골목상권 매출이 살아난다는 가정만 있을 뿐 뚜렷한 근거가 없다. 복합쇼핑몰에 입주한 매장의 90%는 같은 자영업자들이라는 점을 보면 자영업자 보호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역시 취지가 퇴색된 지 오래다. 시행 6년째이지만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이 되살아났다는 주장에 수긍하는 이를 찾기 어렵다. 마트가 쉬는 날 인근점포 소비액이 8~15%까지 감소했다는 분석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마트 건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일요일 장사를 망치는 마트 의무휴업을 풀어달라고 하소연할 지경이다.

최근 정부 여당은 미세먼지를 재해로 규정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 정부가 미세먼지 피난처인 복합쇼핑몰을 규제한다면 동의할 국민은 얼마나 될까. 소비침체와 고용부진이 심각한데 규제논의에 골몰하는 정치권의 행보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조성훈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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