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셀 플랫폼도 '정품 인증' 골머리...투자자 소송까지

해외 리셀 플랫폼도 '정품 인증' 골머리...투자자 소송까지

정인지 기자
2022.02.22 16:01
샤넬백
샤넬백

무신사와 리셀 플랫폼 크림 간의 '명품 티셔츠 진위 여부'가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병행수입·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언젠간 일어났을 알력다툼'으로 본다.

패션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진품과 가품의 검증 역량 역시 중요해지고 있지만, 진품을 감정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성' 자체가 모호하다. 매일매일 신상과 가품이 등장해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선 리셀 플랫폼과 샤넬 격돌...3년째 분쟁 중

22일 무신사는 자사가 판매한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 오브 갓 에센셜'(이하 에센셜) 티셔츠를 크림이 모조품으로 판별한 데 대해 "100% 정품이 맞다"며 "크림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크림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에센셜 티셔츠 가품 유통에 대해 재차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크림은 네이버 손자회사로, 네이버-스노우-크림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리셀 시장이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는 진품 여부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진 지 오래다.

샤넬은 2018년 11월 명품 리셀 플랫폼인 리얼리얼에서 가짜 가방이 판매되고 있다며 뉴욕 지방법원에 상표권 침해, 위조, 허위 광고, 불공정 경쟁 등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리얼리얼은 2019년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현재 시총이 9000억원 수준이다. 양사는 수차례 조정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아직 법적 공방을 하고 있다.

2004년에도 티파니가 이베이에 대해 위조품 판매에 책임을 지라며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6년간의 소송전 끝에 "제3자의 티파니 가품 판매는 이베이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에 충분치 않다"며 이베이의 손을 들어줬지만, 역으로 이베이가 각 상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경우 책임져야 한다는 해석을 낳았다.

정품 인증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리셀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품을 구별 능력에 사업의 사활이 걸린 셈이다.

정품 인증 위한 전문성 키우기 어려워...투자자 소송까지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26일 부산 강서구 부산세관신항지정장치장에서 직원들이 중국산 짝퉁 운동화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부산본부세관은 나이키, 구찌,발렌시아가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짝퉁 운동화 2000여 켤레(정품 시가 17억 상당)를 밀수입해 오픈마켓에서 정품인 것처럼 판매한 일당 3명을 검거, 그 중 1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2021.8.26/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26일 부산 강서구 부산세관신항지정장치장에서 직원들이 중국산 짝퉁 운동화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부산본부세관은 나이키, 구찌,발렌시아가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짝퉁 운동화 2000여 켤레(정품 시가 17억 상당)를 밀수입해 오픈마켓에서 정품인 것처럼 판매한 일당 3명을 검거, 그 중 1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2021.8.26/뉴스1

그러나 정품을 판정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특별한 교육기관을 찾기 어려운 데다 새로운 상품이 매일 개발되서다. 결국 정품 인증을 위해 내세우는 것은 '경험'과 '노하우'다. 자체적으로 검수 팀을 갖추고 있는 리셀 플랫폼이나 정품 인증업체들은 보통 직원 선발 후 '내부 연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문가를 키운다.

정품 인증 업체들은 주로 로고의 모양 외에도 포장 상자, 더스트백, 모양 및 재료, 바느질 상태 등을 주로 확인한다. 다만 한 브랜드에서 여러 해외 공장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주문을 낼 경우 상품별 차이가 날 수 있다. 무신사가 외부 인증업체의 인증 결과를 제시하며 "크림이 개체별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가품 취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리셀 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가품의 위험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가품 품질이 정교해지고 있는 데다 정품 상자 안에 가품 제품을 넣어두는 등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반면 리셀 플랫폼 업체들은 시간에 쫓긴다. 빠르게 검수해 물품을 유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검수 절차가 복잡해지든, 가품 유통 가능성이 늘어나든 리셀 플랫폼의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리얼리얼은 지난해 주당 2.39달러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주당 1.66달러 순손실이 예상된다. 리얼리얼은 2020년 검수자들에게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가품이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출혈 경쟁은 국내 리셀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크림의 모회사인 스노우는 2020년 10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무신사도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51% 급등한 331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리셀 플랫폼인 솔드아웃 투자 등으로 7% 감소한 455억원을 기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샤넬, 루이비통 등 꾸준히 팔리는 명품이 아닌 이상 상품 고유의 특징을 일일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가품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주체는 해당 브랜드 뿐인데, 플랫폼 간의 싸움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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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인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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