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돈쭐'의 조건

[우보세]'돈쭐'의 조건

김은령 기자
2022.09.08 04:12

쿠팡, 네이버 등 국내 주요 e커머스가 최근 판매자 약관을 일제히 고쳤다. '판매자가 다른 판매채널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설정해야 한다'거나 '상당한 우려, 위험이 있는 경우 판매중지를 할 수 있다' 등의 불공정한 약관 내용을 수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에 따른 '자진시정'이긴 하지만 상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이는 갑질에 대한 감시가 거세지고 상생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이유도 있다.

이런 기류가 번지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도 지난해보다 흥행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7일간의 동행축제'로 열리고 있는 행사는 지난해 28개 온라인 쇼핑몰 등 170여개 업체에서 올해는 66개 쇼핑몰 등 230여개 업체들이 참가했다. 올해로 3년차를 맞는 이 행사는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와 전국적인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이다.

특히 올해는 관 주도의 행사에 업체들이 발만 걸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e커머스 등 주요 업체들은 행사 프로모션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행사 첫날 190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해 전년대비 2배 이상 성과를 거뒀다. 그러면서 행사기간도 연장됐다. 4일차까지 온라인 누적 판매액은 761억원으로 지난해 행사의 2.9배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착한 기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유통가도 그에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예전 '착한 기업'은 이윤을 적게 남기고 값 싸게 판매하는 것을 지칭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뿐 아니라 납품업체,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 중소상공인과 상생하는 가치까지 살피고 있다. 친환경도 기본이다. 착한 제품을 만들고 착한 방식으로 판매해야 한다.

특히 소비활동을 통해 개인의 취향이나 신념을 드러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밀레니얼·Z)세대들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와 같은 추세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소비자 10명중 6명은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할 때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기업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착한 기업'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들도 친환경 제품을 강조하고 중소기업 등 협력업체에 대해 각종 지원을 확대하고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상생 등 착한 경영, 가치 경영 등이 실질적으로 사업에 기여하는 수준까지 올 정도로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같은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이나 직원 구성원들에 대한 권리침해 등이 알려져서 불매운동으로 곤혹을 치른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B2C 기업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는 셈이다. '돈쭐 (돈+혼쭐)'이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착한 경영은 이제 겉치레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한 필수 요소가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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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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