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우유 대명사 '워워'의 몰락

[우보세]우유 대명사 '워워'의 몰락

지영호 기자
2022.10.25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1980년 전후로 추정되는 롯데우유 TV광고/사진=유튜브 캡쳐
1980년 전후로 추정되는 롯데우유 TV광고/사진=유튜브 캡쳐
롯데 어린이우유 워워/사진=유튜브 캡쳐
롯데 어린이우유 워워/사진=유튜브 캡쳐

"롯데우유~ 워워~"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콧수염을 기른 남성을 등장시킨 롯데우유 광고는 콘텐츠가 변변찮던 흑백TV 시절 꼬맹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얼마나 많이 회자됐으면 우유를 '워워'라고 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광고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롯데우유는 이 유행어를 넣은 다양한 버전의 CF(TV광고)를 만들었다. 심지어 워워라는 이름의 우유까지 냈을 정도다.

그런데 성공한 CM송(광고방송용 노래) 하나만 있으면 절대 문 닫지 않는다는 식품업계 속설에도 불구하고 롯데우유는 45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는다. 롯데그룹에서 축출된 후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한 지 15년 만이다.

푸르밀의 사업종료는 출산인구 감소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와 세금을 들여가며 낙농가의 원유 생산을 보장해 주면서 유업체의 부담이 늘어난 여파가 크다. 하지만 신준호 회장 일가의 경영실패 결과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직원들은 주장한다. 롯데우유 사명을 유지하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눈앞의 이익을 좇아 사업다각화의 기회를 놓친 것은 경영자 책임이 가장 크다는 이유에서다. 우유 뿐만 아니라 주류에서도 신 회장 일가는 2004년 시원(C1)소주로 유명한 대선주조를 매입하면서 경상권 대표 주류업체로 발돋움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3년 만에 3000억원의 차익만 거두고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주류사업에서 돈을 벌었지만 우유사업에 대한 투자도 없었다. 매년 1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내던 2010년대에도 유지보수에 일부 돈을 썼을 뿐 시설투자나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데 등한시 했다. 시설투자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경영진들은 "투자할 돈이 없다"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고 한다. 푸르밀 인수를 고려하던 후보군이 매수를 포기하면서 노후설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푸르밀이 품질경쟁 대신 가격경쟁을 선택한 것도 경영실패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푸르밀은 주로 해외에서 값싼 탈지분유를 들여와 물에 희석시킨 이른바 환원유의 판매 비중이 높다. 주로 유통업체 PB상품(자체개발상품)으로 우유를 공급해 왔는데 성장기 자녀를 둔 소비자들은 '가짜 우유' 내지는 '물 탄 우유'라며 기피했다.

신 회장 일가의 경영능력과 의지 부족은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쉽게 드러난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hy(옛 한국야쿠르트) 등에 이어 업계 5위였던 푸르밀은 지난해 일동후디스에 자리를 내줬다. 우유시장보다 더 일찍 붕괴된 분유시장을 주력으로 했던 일동후디스가 성인용 단백질 음료 '하이뮨'으로 신사업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우유사업에서 모두 손실을 내고 있지만 불가리스 코로나19 효과 논란을 계기로 불매운동 영향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을 제외하면 다른 사업에서 흑자를 내면서 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 푸르밀은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부임한 2018년부터 4년 연속 적자다.

우유업계는 신준호 회장이 올해 초 30억원가량의 퇴직금을 받고 물러난 뒤 사업종료를 선언한 것을 두고 "배가 난파되자 선원을 버리고 선장이 전리품만 챙겨 탈출했다"고 비판한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부서장들의 기본급을 30% 삭감하고,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선 오너는 챙길 것을 다 챙기는 사이 오너의 일방적인 사업종료 통보로 350명의 직원과 20여개의 낙농가, 운송기사 등 관련 종사자 등은 하루아침에 밥줄이 끊겼다. 경영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결여된 오너 일가의 폐업이 끼친 폐해가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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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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