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생존'
국내 기업 CEO(대표이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장 많이 거론한 단어다. 국내·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이들은 내수침체와 수출둔화 등으로 위기 신호가 여러 곳에서 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수출 주력 'K-기업'들의 활력은 점점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들 기업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은 "얼마전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취소된 적이 있다"며 "성장은 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는 10년전(2014년 12월) 107.76보다 3.4배 증가한 365.14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p) 증가하면 국내 설비투자는 약 6개월 뒤 8.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각종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기업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히 줄었다. 12·3 계엄사태 이후 123일 동안 기업들은 애로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또 다른 '불확실성'이 다가온다. 바로 대통령 선거다. 대한민국의 시계는 앞으로 2개월간 대선에 맞춰진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각종 경제 정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투자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 성장을 한다.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 인재들이 넘치고, 그 인재들이 더 큰 혁신을 이뤄내는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이 모든 걸 막는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더해 급격한 인구감소로 1%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등으로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반·바·지'(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산업을 필두로 'K-기업'들의 위상은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다. 기업의 힘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는 미래 청사진도 그렸다. 'K-반도체'와 'K-바이오', 'K-배터리'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다. 그 뒤를 이어 'K-푸드'가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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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후보들이 "우리 경제와 기업을 위해 대선 기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자"며 선언이라도 하길 바란다. 경제 성장의 근간은 기업의 힘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힘을 내지 못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우리 경제와 기업은 대외 신뢰를 되찾고, 생존을 넘어 성장의 시간을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