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가는 쿠팡 직원, 쿠팡 쓰는 이마트 직원[우보세]

홈플 가는 쿠팡 직원, 쿠팡 쓰는 이마트 직원[우보세]

유엄식 기자
2025.11.28 05:50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와이프가 신선식품은 직접 봐야 안심된다고 대형마트 가서 삽니다. 집 근처 홈플러스 단골이에요." (쿠팡 직원)

"밤늦게 아이가 학용품을 급히 사달라고 할 때 쿠팡 로켓배송이 큰 도움 됐죠. 자주 쓰고 있어요."(이마트 직원)

여러 유통업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애사심'과 '소비패턴'은 별개란 결론에 도달한다. 이마트 직원은 매주 이마트(111,600원 ▼6,000 -5.1%)에 들러 장을 보고, 쿠팡 직원이 모든 생필품을 로켓배송으로 주문한단 건 불확실한 고정관념에 가깝다. 물론 할인 행사 기간이나 직원 우대 혜택이 있다면 자사 플랫폼을 더 이용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소비패턴은 각자의 거주 환경과 생활 방식을 따라간다.

회사 경영진이 들으면 섭섭할 수 있는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개인의 자유로운 소비행태를 일방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달 말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이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새벽배송 금지'를 제안했다. 민노총이 '초심야'라고 주장하는 오전 0시~5시, 새벽시간에 강도 높은 배송 업무를 하게 되면 근로자 건강이 위협받는단 이유에서다.

낮 근무가 일상화된 직장인이 가끔 야근하면 다음날 깊은 피로감이 몰려오는 경험을 반추하면 일견 타당한 논리다. 그런데 업무 패턴이 새벽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환경미화원과 119구조대원, 경찰 등과 같이 오히려 새벽 시간대 일이 몰리고 바쁜 직군도 많다.

새벽배송 금지 주장이 제기된 이후 노동계 내부에서 반발 움직임이 나타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쿠팡 노조를 비롯한 상당수 택배 근로자들은 새벽배송 없이 주간배송만 하게 되면 교통체증과 엘리베이터 지연 등으로 서비스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고, 근로자 업무 강도가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독 새벽배송만 근로자의 건강권을 위협한단 논리도 근거가 빈약하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뇌혈관·심장질환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36명이었는데 이 중 대다수가 주간배송에 주력하는 택배사 소속이었다. 택배 근로자 과로사를 줄이려면 근로시간대가 아닌 '총근로시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주52시간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새벽배송 금지란 점, 또 이 문제를 민노총 입김이 센 '무늬만'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다뤄지는 건 걱정스럽다. 사회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은 새벽배송 시스템과 근로자의 건강권을 아우르는 '묘수'는 현장 근로자와 소비자까지 폭넓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공론의 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국회전자청원에 게재된 '새벽배송 금지 반대' 게시글은 현재 2만5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글에 적힌 "국회와 국토교통부가 민노총의 목소리만 들으면 안 된다"는 고언을 외면해선 안된다.

유엄식 기자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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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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