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뉴욕 갤러리들 사이로 벤처기업 주렁주렁 열린다면

[광화문] 뉴욕 갤러리들 사이로 벤처기업 주렁주렁 열린다면

유병률 부장
2011.07.25 11:24

뉴욕은 세계에서 남부러울 게 없는 도시이다. 금융 미술 음악 패션 출판 광고 음식 쇼핑 교육 관광 미디어 등 모든 게 세계의 중심이다. 영화를 봐도 지구의 종말을 예고하는 무대는 열의 아홉이 뉴욕이다. 지구 대재앙이 닥치면 가장 먼저 날라가는 게 자유의 여신상 머리이고, 가장 먼저 끊어지는 게 브루클린브리지이다.

아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뉴욕이 첨단기업 창업에 발벗고 나섰다고 한다. 응용과학과 정보통신 분야 대학 분교를 유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지난 19일 뉴욕시가 발표한 '응용과학 뉴욕시(Applied Science NYC)' 제안서에 따르면 세계 이공계 대학이 뉴욕에 분교를 설립하면 뉴욕 금싸라기 땅 일부를 거의 무상으로 99년 동안 쓸 수 있다. 세금도 감면 받고, 1억 달러 지원도 받고, 뉴욕시가 알아서 기부금도 모아 준다. 이미 스탠포드대, 코넬대, 시카고대 등과 한국의 카이스트(KAIST), 스위스의 로잔공대, 이스라엘의 과학기술원 등 대학들이 분교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한다.

뉴욕이 변신을 위해 몸부림 치는 이유는 일단은 재정악화 때문이다. 9.11 테러로 천문학적 비용이 지출됐고, 2008년 금융위기로 금융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수도 급격하게 줄었다. 교육공무원, 경찰공무원도 감원하고 있을 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변신의 지렛대가 응용과학(Applied Science)이고, 대학 유치일까.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설명은 이렇다. "뉴욕의 첨단기업 창업 수가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한때 (매사추세츠공대가 있는) 보스턴에도 뒤쳐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MIT를 통해 만들어지는 기업이 매년 창출하는 수익은 브라질의 국내총생산에 맞먹는 2조 달러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서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뉴욕이 이렇게 된 건 응용과학과 정보통신 분야 대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정악화 때문인 것만은 아닌 셈이다. 뉴욕의 미래를 위해서는 첨단기업 창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응용과학 인재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것이다. 금융과 문화예술의 도시를 넘어 세계 벤처도시, 창업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빅애플(The Big Apple, 뉴욕의 별칭)이 수많은 스몰애플을 주렁주렁 만들겠다는 것이다.

뉴욕이 벤처창업이라는 날개까지 단다면 어떻게 될까. 맨해튼의 수많은 갤러리들 사이로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수많은 예술가들 사이로 수많은 공대생들이 맨해튼 골목골목을 누빈다면 뉴욕은 어떻게 될까. 예술과 패션, 미디어로 향했던 돈줄이 벤처로 향한다면 또한 뉴욕은 어떻게 될까.

뉴욕의 문화예술은 벤처 덕분에 더 빛날 것이고, 뉴욕의 응용과학은 문화예술이 있기에 더 강해질 것이다. 어차피 문화예술이 응용과학과 따로 가는 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앞으로의 응용과학은 기술 그 자체보다 스토리와 콘텐츠와 문화를 담고 소통시키는 도구가 아닌가. 앞으로는 기술과 지식 그 자체가 중요한 스톡(stock)의 시대가 아니라, 시대정신과 라이프스타일이 상품이 되는 플로(flow)의 시대가 아닌가.

이미 뉴욕의 벤처기업 '니어세이'는 위치기반정보를 이용해 인근 갤러리와 공연장, 레스토랑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프라퍼클로스'는 고객이 직접 옷감과 단추, 장식까지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셔츠를 만들어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많은 '포스퀘어'는 수많은 카페 정보를 알려주고 추천해준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널려있는 문화예술과 미디어를 잘 활용해 아이디어를 내면 된다. 뉴욕이 벤처창업이라는 날개까지 단다면 뉴욕은 세계의 수도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한때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던 한국으로서는 무서운 일이고, 소름 끼치는 일이다. 한국은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bryu@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병률 부국장겸 티타임즈 에디터

안녕하세요. 티타임즈 유병률 부국장겸 티타임즈 에디터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