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그 이후 대처를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기업의 미래가 어떨지 등에 대한 것이다.

자유경제론자인 시카고 학파의 거두 밀튼 프리디먼은 "기업의 본업은 사업이며, 주주에 대한 책임만이 본질이다"라고 주장해 기업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봤다. 그는 사회윤리적 책임이나 기부와 같은 사회공헌도 부당한 지출이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레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 경제 이외의 영역에 기업의 위험한 사적 권력을 확대시켜 자유기업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냈다.
반면 기업이 이윤추구의 집단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와 함께 성장해간다는 입장에 선 쪽은 계몽주의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나 경험론 철학자인 존 로크 등 사회계약론자들의 사상을 이은 경제학자들이다.
국가의 성립도 사회구성원 전체의 개별적 의지의 집약과 약속(계약)에 의한 것이라는 사회계약설에 따르면 기업은 사회로부터 받은 경영면허를 기반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기업의 이윤 중 사회환원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직도 이 같은 논쟁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기업의 역할에 대한 사상은 자유경제론자 쪽보다는 사회계약론 쪽에 더 가까워지는 추세다. 빈익빈부익부의 심화가 궁극에는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지아대 아치 캐럴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네 가지로 구분한 피라미드 모델로 유명하다.
그는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부분에 기업의 '경제적 책임'(생산, 고용, 주가, 이윤추구)이 있으며, 그 위에 납세와 투명경영의 법률준수 등 '법적책임', 그 위로 환경, 건강 안전 등 '사회윤리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최상단에는 사회공헌과 기업시민으로서의 활동인 '자선적 책임'이 있다는 게 캐럴 교수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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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돌아가서 폭스바겐은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조작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수십배 넘어서는 배출가스를 운행 중에 내면서도 이를 속였다.
기업의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법적책임과 사회윤리적책임을 저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도 망각했다. 이는 결국 기업의 기본 책임인 경제적 책임을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주에 대한 책무인 주가 관리 측면에서 보면 주가폭락으로 기업의 기본역할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뢰 추락으로 인해 향후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져 기업의 기본 책무인 이윤추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의 소비자 기만은 결국 자유주의 경제학자든 사회계약론자들의 주장이든 어느 쪽에도 부합하지 않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취하는 조치들을 보면, 잘못을 저지른 이후 행태로 보기 힘들 정도로 미숙하다.
소비자에 대한 사과와 리콜 등 책임있는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라, 할인판매를 통해 고객 확보에만 열을 올린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잘못돼도 상당히 잘못됐다.
폭스바겐은 기업의 이익을 담보로, 우리 사회의 공공자산인 '대기(공기)'의 질을 희생시키는데 소비자들을 동원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리콜을 도외시하고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공공자산(대기오염)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을 적절히 활용한 할인이벤트는 향후 폭스바겐의 기업가치를 더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지난 19일 검찰의 폭스바겐코리아 압수수색 이후에도 폭스바겐은 1월에 제출한 2줄짜리 리콜계획서 외에 환경부에 추가로 구체적인 리콜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기업 이윤 제고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기만하고도 그 책임과 반성은커녕 책임회피에 나서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