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 위해 죽을 힘 다 하라'

[기자수첩]‘국민 위해 죽을 힘 다 하라'

세종=유영호 기자
2016.09.30 06:34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협치’를 전면에 내세워 출범한 20대 국회 얘기다. 출범 직후부터 크고 작은 불협화음으로 우려를 키우더니 결국 사상 초유의 국정감사 파행 사태에 이르렀다.

29일로 국정감사 나흘째를 맞았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는 개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그나마 감사가 진행 중인 상임위도 야당만의 ‘반쪽’ 국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감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라는 것으로 국회의 의무다.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이를 당리당략 때문에 파행시키는 것은 직무유기다.

‘국감 보이콧’을 고수하는 새누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끼리 한다’고 수수방관하는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 눈에는 똑같은 존재다. “정치권이 민의를 얼마나 업신여기는지를 이번에도 여실히 확인했다”는 날선 비판은 여야 모두에게 향해 있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악’ 타이틀은 20대 국회가 따 놓은 당상이다.

이런 국회를 보면서 얼마 전 취재차 방문한 독일 연방의회가 떠올랐다.베를린에 자리 잡은 연방의회 의사당은 독일 국민 사이에서 죽기 전에 한번은 꼭 들려야 하는 장소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 국민이니까”.

독일 의회의 기본 원칙은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다. 혹여 정쟁으로 이를 잊을까 의사당 정문에 아예 ‘DEM DEUTSCHEN VOLKE’(독일 국민을 위하여)라는 문구까지 새겨 넣었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의사당 돔은 아예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항상 국민에게 공개한다. 본회의가 있는 날이면 돔에서 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의회 직원은 “국회는 국민의 발아래 있다는 것과 국민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던 독일이 유럽 전체를 지탱하는 리더로 탈바꿈한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국민을 가장 앞에 두는 정치 리더십이었다. 대한민국의 권력이 행정부를 떠나 입법부(국회)로 옮겨 간지 오래다. 국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정부가 아니라 정치다.

독일 의회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의원 개인 집무실마다 새겨져 있던 각오가 떠올라 못내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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