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에 청문회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이 먹어 기억이 안 난다고 전해라~"
지난 주말 tvN의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 방영된 정치 패러디 영상 '겨울왕국'에 나온 대사다. 이애란의 히트곡 '백세인생'을 개사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청문회 내용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도 최근 몇 주간 "충성충성충성"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출발"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발언을 패러디해 화제가 됐다.
한동안 멸종이라도 한 것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TV 예능 프로그램의 정치 풍자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여의도 텔레토비'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SNL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해당 프로그램에서 정치 관련 내용을 완전히 제거하고 성적인 개그 코드로만 프로그램을 끌어갔다. 그런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에 아쉬웠던 시청자들은 정치 풍자의 부활에 "명성이 되살아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라 왕이었던 시절에도, 최고 통치자를 향한 풍자와 해학은 언제나 있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에게 충신인 설총이 꽃의 왕을 감언이설로 유혹하는 장미와 충간하는 할미꽃의 이야기인 '화왕계(花王戒)'를 들려주며 에둘러 왕을 풍자 및 비판했다는 기록이 적혀있다.

권력과는 멀었던 일반 백성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풍자와 해학을 즐겼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이자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남사당놀이는 조선시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유랑 연예인이었는데, 이들은 풍자를 통해 현실을 비판함으로써 하층민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부패한 관리와 무능한 양반에 대한 비판, 가부장제하의 남성의 횡포에 대한 비판 등 당시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주장이었지만, '유머'를 담았기 때문에 양반들도 이를 함께 즐겼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 융성’을 정책 기조로 내건 지 4년, 남은 건 무엇일까. 예술·예능인들의 풍자 정신이 풀리면서 문화 융성이 대폭 실현되고 있는 것 같지만,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 끝난 권력이라고 맘 놓고 놀리지만 뒷맛이 씁쓸한 풍자가 아닌, 놀림의 대상까지 함께 웃는 풍자가 가능한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