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새 전자여권 ‘남색’의 진실

[우보세] 새 전자여권 ‘남색’의 진실

김고금평 기자
2018.10.17 06:00

1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차세대 전자여권의 디자인 시안을 보고 많은 국민이 “녹색에서 남색으로 바뀌는구나”로 인식했을 듯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가능성은 33.3% 정도다. 문체부가 이날 낸 보도자료 비고란엔 ‘국민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라 색상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기 때문.

새 전자여권은 2007년 문체부와 외교부가 공동으로 ‘여권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서울대 김수정(디자인학부) 교수 작품을 원안으로 수정, 보완됐다. ‘공개’ 경연을 통해 10년 넘게 수정을 거쳐 지금의 시안으로 완성된 것이다.

‘색상 변경 가능’ 설명에도 대부분이 사람들은 ‘남색’으로 바뀌는 걸로 거의 ‘확신’하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문제는 보도자료에 있다. 자료에는 ‘현행 일반여권 표지의 색상이 녹색에서 남색으로 바뀌고 디자인도 개선된다’고 적혀있다.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색상은 이미 ‘남색’으로 변경된 셈이다.

하지만 붙임 자료에 사진으로 병기된 설명에는 ‘여권이 색상을 한 가지로 통일한다면 어떤 색상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남색’ ‘진회색’ ‘적색’ 3가지 색을 후보로 올렸다. 한 자료에 혼란을 일으키는 내용이 뒤섞인 것이다.

2020년 도입되는 새 전자여권을 위한 최종 ‘설문조사’ 사항은 두 가지다. 표지 색상과 형태가 그것. 형태는 문양과 글자가 오른쪽 위에 배치하는지, 문양을 음영으로 아래쪽에 배치하고 글자를 왼쪽 위에 배치하는지 2가지 안이다.

이는 공모작을 통해 전문가들이 수정을 거쳐 최종으로 내놓은 2가지 안에서의 선택 설문이다. 즉 전문가들이 내놓은 것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다. 색상도 똑같은 방식으로 남색이 선택됐다. 취재를 통해 알아보니, 남색이 일차적으로 선택됐고 진회색과 적색도 의견을 통해 후보로 발탁됐다.

하지만 이날 보도자료에서 표지 형태는 2가지 안을 공평하게 후보로 올린 반면, 표지 색상은 남색 하나만 올림으로써 정부가 의도적으로 선택 색을 밀어붙인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미 온갖 매체를 통해 기사화한 내용의 중심에는 남색이 마치 정해진 색으로 굳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정부의 정보 왜곡이나 편파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된 순간이었다.

문체부는 ‘온라인 선호도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묻겠다고 했지만, 선택은 이미 결론 난 듯한 모양새다.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관계자는 “그런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온라인 선호도 설문조사에선 3가지 색 모두 후보로 올라간다”고 해명했다.

색상 변경 하나가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디테일 하나가 갖는 형평성 문제는 정책 신뢰에 큰 흠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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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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