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80,900원 ▲3,100 +3.98%) 유심(USIM·가입자식별장치) 교체 둘째 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국가정보원이 전날 19개 정부 부처에 "업무용 단말·기기의 유심을 교체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오픈런'에 참여하지 않았던 지인들도 "내일부턴 줄을 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술렁였다.
같은날 오후 2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차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긴급 발표했다. 유심 정보 중 IMEI(단말기고유식별번호)가 유출되지 않아 유심보호서비스로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 굳이 유심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에 국민 불안도 다소 누그러졌다.
그러나 이달 19일 오전 과기정통부는 IMEI와 개인정보가 임시 저장된 서버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차 때와 달리 IMEI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IMEI가 유출됐더라도 복제폰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민관·공공분야에 신고된 피해사례는 없다.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오후 6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예정에 없던 자료를 냈다. SKT의 IMEI가 저장된 임시서버엔 고객의 중요 개인정보를 포함해 238개 정보가 저장돼 있다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라고 정의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미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국민은 헷갈린다. 유심을 교체할지 말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지 아닌지. 아침저녁으로 정부 당국마다 다른 입장을 내놓으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도 돌연 불안감에 휩싸인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혼란스럽다. 급기야는 정부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SKT 해킹 사태로 국민 불안이 확산한 데엔 이런 정부의 엇박자 대응도 한몫했다.
2023년 LG유플러스 해킹 사고 땐 과기정통부와 개보위, 경찰이 서로 협조하는 모양새였다면 이번 SKT 해킹 사고 대응에는 "두 부처가 주도권 다툼을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대선 이후 정부 조직 개편을 의식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문제는 전국민 관심사에 부처 간 입장이 엇갈리면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정책효과도 반감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일관되고 통일된 메시지가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