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주신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5일 3년의 임기를 마치며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마지막으로 낸 메시지는 사과였다. 이 전 원장은 임기 내내 거침없는 발언과 행보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 전 원장 재임 기간 언론과의 백브리핑은 100회에 달한다. 언론을 통해 시장에 메시지를 낸 사례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논란의 중심에도 자주 설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공매도 재개 시점과 상법개정 등에 대해 정부와 불협화음을 내면서 "금감원장의 정책 발언이 너무 잦다", "월권이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각종 현안마다 금감원이 전면에 나서면서 수습은 직원들의 몫이었다. 업무강도가 높아진 데다 대규모 인사도 잦았다.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 이에 금감원에서 이탈하는 직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 5명, 4월엔 7명이 증권사·은행·카드사·가상자산 업계 등으로 빠져나갔다.
논란도 있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이 전 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상법개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어서라도 반대한다고 나섰고, 기업 분할·합병 등 구조개편과 함께 자금조달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에도 개입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한 두산(1,071,000원 ▲50,000 +4.9%)그룹의 분할·합병, 조단위 유상증자를 추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1,449,000원 ▲32,000 +2.26%) 등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두산은 소액주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구조개편안을 수정했고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결과도 이끌었다.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평가돼 온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은 5개월 만에 구축했다. 시장개입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소액주주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에 적극 나선 건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다.
신정부 출범 이후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정치인부터 교수, 관료 출신 등 다양한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금감원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정부정책과 결을 같이 하는 이른 바 힘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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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정부 초대 금감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 관련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목소리가 크거나 정치적 영향력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어쩌면 부수적이다. 당장 자본시장을 흔들 상법개정안 이슈도 따라가야 한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수행할 금감원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