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플랫폼산업의 대표 기업 네이버와 디지털 자산시장의 혁신을 이끈 두나무의 빅딜 추진 소식이 학계와 산업계 모두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이 합병이 네이버의 강력한 AI 기술력과 간편결제 인프라를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플랫폼에 결합해 높은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한다. 과연 이 대규모 기업결합 시도는 단순한 기업규모 확장이나 단기적인 금융기술 결합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가치를 생성할 것인가.
지금의 네이버를 있게 한 뿌리 중 하나는 25년 전 '네이버-한게임'의 결합이었다. 당시 한게임은 대중에게 온라인 고스톱 등 웹보드게임으로 인식되며 때로는 사행성 논란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 온라인 고스톱이 당대의 규제와 기술적 한계 속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현금창출 능력을 입증한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이었다는 것이다. 한게임이 제공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통해 네이버는 단기적 수익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 플랫폼 혁신 및 콘텐츠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여유를 얻었다. 그 결과 '지식인' 서비스와 디지털 만화생태계를 구축한 '웹툰'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기획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검색이라는 정보플랫폼과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수익모델의 결합을 통해 NHN이라는 토종플랫폼 모델을 확립했고 이는 이후 한국 인터넷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와 창업가적 노하우를 제공했다.
더 나아가 이 한게임 창업자가 나중에 카카오를 창업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는 창업가정신이 한 번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환경과 기술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재도전하는 '연속적 창업가정신'(Serial Entrepreneurship)의 대표 사례다. 대중의 비난과 오명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을 창조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창업가정신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네이버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또 하나의 논쟁적 영역을 선도한 두나무와 손을 잡으려 한다. 두나무의 업비트는 가상자산 거래라는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규제와 시장의 높은 변동성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 국내 1위 플랫폼이 대규모 자원과 명성을 걸고 뛰어드는 것은 창업가적 지향성(EO)의 3가지 핵심요소 중 '위험감수성'(Risk-taking)이 최고조로 발현된 것이다. 네이버는 이미 확보한 AI기술, 커머스, 네이버페이 인프라라는 강력한 자원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혁신적으로 재결합'(Innovative Resource Combination)해 글로벌 금융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하겠다는 '진취성'(Proactiveness)을 보여준다.
네이버-두나무 빅딜이 추구하는 글로벌 비전은 한국의 강력한 문화적 소프트파워와 첨단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해 '글로벌 금융플랫폼' 시대를 선도하려는 창업가적 도전이다. 이는 네이버가 웹툰, K팝 콘텐츠 등으로 확보한 글로벌 이용자층과 두나무의 디지털 자산기술을 결합해 단순한 금융서비스를 넘어 콘텐츠 소비와 금융활동이 통합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국경 없이 구축하는 혁신적 결합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 비전은 금융인프라 접근성이 낮은 개발도상국 시장을 핵심적인 기회로 삼는다. 이런 글로벌 진출의 야심은 네이버가 웹툰의 글로벌 성공과 북미 C2C 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통해 입증한 '현지화 기반 플랫폼 확장역량'을 기반으로 한다.이런 글로벌 진출경험을 통해 네이버는 기술적 통합을 넘어 현지문화와 시장특성에 맞춘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확장하는 노하우를 내재화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두나무 빅딜은 한국 인터넷 역사의 변곡점마다 혁신을 이끌어온 창업가정신의 강력한 도전이라 볼 수 있다. 비난받던 고스톱에서 시작해 모바일 혁신을 이끌어낸 선배 창업가들처럼 이번 빅딜 역시 규제의 벽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뚫고 한국 디지털 생태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창업가적 대담함'의 상징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