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이른바 '깐부회동'이 있던 지난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꼭 할 거다"라고 한 말이 귀에 꽂혔다.
해당 발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마이크를 쥐고 "제가 생긴 건 들어 보여도 두 분 다 저의 형님"이라며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한 뒤에 나왔다. 정 회장은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차와 로보틱스로 들어와서 더 많이 협력할 것 같다"며 "여러분들이 앞으로 차에서 더 많은 게임을 할 수 있게 꼭 할 거다"라고 말했다.
행사에 모인 관객 상당수가 게임을 즐기는 2030이었지만 정 회장이 미래 기술과 거리가 있는 게임을 연관지은 것은 현대차그룹의 실용주의와 맞닿아있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미국 자동차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의 척도는 고객에게 얼마나 가치있는가에 달려있다"며 현대차그룹의 혁신 DNA를 '고객중심'으로 손꼽았다. 달리 얘기하면 주행 중 고사양 게임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고객이 다른 사양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을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해 글로벌 3위 자동차회사로 성장시켰다.
정 회장의 엔비디아 회동 발언은 '기업인 대표 어록'으로 손꼽히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해봤어?"를 떠올리게 한다. 울산 미포에 세계 최대규모의 조선소를 짓겠다고 할 때 정 명예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봐, 해봤어?"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이런 현대정신은 경부고속도로를 놓고 포니를 만들고 금강산관광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 다수의 학자는 이 말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선 안된다'는 미래지향적 주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면에서 "꼭 할 거다"는 정 회장의 말은 창업자의 혁신에 대한 주문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기다짐처럼 들린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공포의 레이스를 달렸다. 관세협상의 중심에 자동차 25% 관세 통보를 받으면서 10조원의 영업이익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지난달 조지아주 소재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급습해 현장 노동자가 구금되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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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주가는 별다른 힘을 못썼다. 현대차 주가는 2021년 1월 주당 20만원에 진입한 후 지금까지도 2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6일 종가 기준으로 26만9000원이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아는 10만원을 넘어 선전하고 있지만 지난해 부진했던 흐름을 만회하는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주주들도 다른 종목을 쥔 투자자에 비해 흥겨운 분위긴 아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믿는 눈치다. 25% 관세에서도 미국 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증명했는데 이달부터 15% 관세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돼서다. 몇몇 증권사는 현대차그룹 일부 종목에 대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개 확보한 정 회장은 자동차 미래를 선점할 수 있을까? 그는 이미 답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