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에 3차례 상법 개정에 이어, 이번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개정을 통한 '의무 공개매수 제도(Mandatory Tender Offer Rule, MTO)'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의무 공개매수 제도란 상장회사의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인수자는 최대주주의 주식과 함께 소수주주들의 주식도 동일한 가격으로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주 간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고, 주주평등의 원칙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에 도입되었다.
지난달 유럽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 상장기업 더존비즈온 대주주 지분 37.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대금은 1조 3000억 원으로, 계약일 종가에 28%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그러나 일반주주에 대한 공개매수는 전혀 없었다. 대주주만 웃돈을 받고 주식을 팔고 소수주주는 배제된 것이다. 또한 지난 10월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할 때도 일반주주에 대한 공개매수 없이 지배주주만 86%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았다. 이 밖에도 한국에서는 대주주만 주식을 비싸게 팔고 일반주주는 소외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지배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고 일반주주는 제외되는 거래가 속출하면서 의무 공개매수 제도가 해법으로 논의돼 왔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에 상장사 지분의 2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잔여 주주들의 주식 중 최소 '50% + 1주' 이상을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다시 추진되는 이번 제도는 의무 매수 비율이 상향되는 분위기다. 주식을 전량(100%) 매수하거나, 기존 안(50% + 1주)과 100%와의 중간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6건 이상 발의돼 있으며, 6건 중 5건이 100% 전량매수를 골자로 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은 의결권 주식의 30% 이상 취득 시 의무적으로 주식 전체를 매수하도록 하여 주주평등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EU 대부분의 회원국(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도 30% 안팎의 지분 취득을 기준으로 삼고, 경영권 취득 시 전부(100%) 공개매수 의무를 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1/3 이상 취득 시 시장 외 거래는 반드시 공개매수 방식으로 해야 하며, 보유 비율이 2/3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전량(100%)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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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의무 공개매수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포함한 중대한 결정 시, 이사회는 모든 주주(소수주주 포함)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이사회의 충실 의무(Fiduciary Duty)'와 상장폐지를 진행할 경우, 주법으로 소수주주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지급해야 할 의무인 '공정 가격 매수 청구권(Control Cash Out)'을 부여해야 한다는 등 다른 법적 장치와 법원의 판례를 통해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있다. 미국이 연방 차원에서 의무 공개매수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은 M&A 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의무비율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도 도입에 따른 찬반 논리가 팽팽하게 양립하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되고, 주주평등 원칙이 확립되는 계기가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존에는 경영권이 이전될 때, 인수자가 지배주주에게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소액주주들은 매도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주주들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평등의 원칙이 확립된다는 것이다. 결국 최대 수혜자는 소수주주들이라는 것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 미흡이 지적되어 왔는데, 이 제도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해소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거란 주장이다. 또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인수자가 막대한 자금 부담으로, 적대적 인수 시도 자체가 대폭 줄어들게 되면서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가 유리하다는 것도 찬성의 주요 원인이다. 공개매수를 진행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은 충분한 방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 주로 M&A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한다. M&A 거래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하여 M&A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자가 잔여 주식의 상당 부분까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면, 천문학적인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M&A를 통한 사업 재편이나 성장을 포기할 수 있으며, 자본력이 약한 기업의 구조조정(워크아웃 등)을 위한 M&A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비용 증가로 인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재무적 투자자(FI)나 소규모 인수자는 시장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일부 지분만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핵심 자산이나 기술을 매각하여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하려는 '약탈적 기업인수'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기업의 성장에 기여한 지배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 정당한 보상이라고 강조한다.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배주주가 지듯이, 경영권 프리미엄은 당연히 지배주주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무 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이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와 나누게 되므로, 지배주주는 자신의 주식을 매각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자발적인 경영권 이전을 어렵게 만들어, 바람직한 자본 이동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도가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역으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쉽게 경영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무능한 경영진도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하고 공정한 지배권 경쟁 환경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찬반 논리를 극복하고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무 매수 비율 조정, 소규모 기업 M&A 예외 적용 등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제도의 과도한 남용을 막고 시장의 불필요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소수주주 보호라는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무 공개매수 의무가 면제되는 예외 사유들을 명확히 하여 시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거래로, 장기간에 걸쳐 단순히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여 25% 이상이 된 경우, 채권 회수를 위해 금융기관 등이 주식을 취득하거나 회사의 정리 절차나 파산 등의 법정 절차에 따라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이미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추가로 주식을 취득하는 등 지배권에 변화가 없는 거래, 회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감자 또는 주식 소각으로 인한 상대적 지분율 상승 등과 같은 경우다.
다양한 편법이 등장할 가능성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 공개매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명이 나눠서 각각 25% 미만으로 지분을 분산하여 취득하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우회적으로 지급하는 복잡한 거래 구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합병(Merger)이나 분할(Spin-off) 등을 활용하여 우회적으로 경영권을 통합하거나 필요한 사업 부문만 확보하려는 방식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하지 않고 소수 지분(25% 미만)만을 확보하여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자본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M&A 시장의 위축을 최소화하면서,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