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후약방문'식 안전점검, 아무런 효력 발휘 못해
사설 해병대캠프 훈련 도중 고교생 5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진 지 9개월 만에 수학여행 도중 여객선이 침몰돼 현재까지 고교생 5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실종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교육당국의 '사후약방식' 안전점검 강화 조치마저도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인천을 출항해 제주로 항해 중이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오후 1시 현재 탑승자 475명 중 9명이 사망하고 287명이 실종됐다. 세월호에는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단원고 2학년생 324명과 교사 14명 등이 탑승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사고 발생 직후 서남수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전 직원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또 전국 시·도교육청에 일선학교들이 추진하는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상황을 재점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런 조치는 지난해 7월 충남 태안군에서 사설 해병대캠프 훈련 중 고교생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도 취해졌던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일선학교에 체험활동과 관련한 안전조치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올해 2월에는 한층 강화된 안전 지침을 담은 '2014학년도 수학여행·수련활동 운영 안내' 매뉴얼을 배포했다. 하지만 단원고는 매뉴얼에 담긴 '수학여행에 참여하는 인원을 4학급 또는 150명 내외로 제한'하라는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짙은 안개 등 기상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더라도 324명의 학생과 함께 인천에서 제주까지 배편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큰 위험성을 안고 있었음에도, 이를 강행한 점도 의문이다. 때문에 교육부의 안전강화 지시가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당 매뉴얼에 항공, 선박 등 운송수단에 대한 안전지침이 전혀 없는 점도 개선돼야 할 문제로 꼽힌다.
이번 침몰사고가 부산외대 신입생환영회 붕괴사고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한 점 역시 교육당국의 사후 조치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들에만 안전강화 조치 및 교외행사 자제 요청을 한 바 있다.
심지어 단원고는 해경으로부터 침몰사고와 관련한 이상 상황을 통지받고도 교육부에 1시간 30분이 지난 뒤에 전해 '늑장 보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수학여행 선박 침몰 사고 관련 사안 보고'에 따르면 제주해경은 17일 오전 8시10분 단원고에 "학생들이 승선한 여객선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최초 통지했으나, 단원고는 해당 통지를 1시간 30분이 지난 9시40분이 돼서야 교육부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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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교육부는 해경이 단원고에 이상 상황을 통지한 지 2시간이 지난 오전 10시30분쯤 첫 상황판단회의를 열 수 있었다. 박 의원은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발표를 두고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경기도교육청에서 단원고로 파견된 장학사가 뒤늦게 해경에 검증 통화를 할 정도로 한 박자씩 늦었다"며 "긴박하고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사고수습 과정이 보고체계에서부터 혼선이 빚어지자 체계적인 대응은 고사하고 언론보도 꽁무니 쫓기와 잘못된 발표에 대한 해명을 하는데 급급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관할 교육청인 경기도교육청은 구조 현황과 관련한 잘못된 내용을 유포해 학부모들의 분통을 샀다. 사고 발생 직후 사고대책반을 꾸린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출입기자들에게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단원고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학부모들에게 공지했으나, 2시간 만에 잘못된 사실로 드러났다.
도교육청과 단원고 측 발표에 안심했던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학교 측은 학생과 교사들과 개별연락을 취해 확인된 구조자 수를 따로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의 오보가 잇따라 일부 학부모들은 기자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구조학생 수를 77명에서 75명으로 정정, 또다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 수습을 위해 학교에 나온 도교육청과 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가족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현장을 통제하기는커녕 언론 대응조차 하지 않았고, 사고 관련 내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고 당일 단원고에서 열린 공식적인 기자회견은 오후 2시20분쯤 진행된 긴급 브리핑이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