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유치원의 부적절한 운영 행태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유치원비로 명품백과 술 뿐 아니라 성인용품까지 구입했다. 학부모들이 믿고 준 돈은 유치원 설립자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정작 당당한 쪽은 학부모가 아니라 유치원 쪽이다.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는 유치원 앞에서 여전히 ‘을’이다.
지난 22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서울지부 원장들 7~8명이 서울시교육청을 찾았다. 유아교육 담당자 면담을 위해서다. 항의방문은 아니라지만 격앙돼 있었다. 언론취재도 거부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호기롭게 다가가다 발길을 돌렸다. 첫째 딸아이의 유치원 원장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적발된 유치원은 아니었지만 마주침이 불편했다. 일단 자리를 떴다. 다른 기자가 ‘선배답지 않게 왜 피하냐’고 말했다. 누군가의 아빠라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다른 학부모들은 오죽했을까.
앞서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비리 사립유치원 관련 학부모들의 첫 집회가 열렸다. 쉬는 날이었지만 집회가 열리는 동탄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두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남일 같지 않았다. 기사로 현장에 있는 학부모들의 심정도 전하고 싶었다. 아이가 먹었을 썩은 감자를 들며 말하는 학부모들의 이어진 발언에 ‘울컥’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들킬 새라 노트북 자판만 쳐다봤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을 대표한다는 이들의 표정에선 미안함을 읽을 수 없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법부의 판단에서 무혐의 판결이 난다’며 큰소리를 쳤다. 문제는 자신들이 아니라 미비한 법적 근거라고 했다. 방약무인(傍若無人: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마음대로 행동)에 다름 아니다.
규칙이 없으니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던 그들은 왜 지난 2014년 10월 7일 열린 ‘사립유치원 재무회계 규칙 제정 공청회’는 수십 여명이 몰려가 무산시켰을까? 진의가 의심스럽다.
국감장에 나온 김용임 한유총 전북지회장은 “교사 봉급 주려고 아파트와 자동차도 팔았다”면서 “사립유치원장들이 전부 ‘루이비통’은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립유치원을 매도하는 ‘국민정서법’이 무섭다고 했다. 한유총은 또 자신들이 ‘마녀사냥’의 피해자라고도 주장했다.
씁쓸했다. 사립유치원을 대표한다는 이들의 행보가 오히려 아이들을 위해 현업에서 묵묵히 힘쓰고 있을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동안 부적절한 운영을 묵인한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비리 유치원들을 비호한 이들이 있다면 철저히 찾아내 책임을 물을 일이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