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교권 보호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 교사 대부분은 여전히 충분한 보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는 학부모 민원과 민·형사상 책임 부담 등을 지목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교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6일까지 교육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 교사 883명이 참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질의서를 작성해 서울시교육감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설문 응답자 상당수는 최근 교권 보호 정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질적 보호 체감이 나아졌다'는 응답은 25%에 그쳤고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54%로 집계됐다. 교육 여건 개선과 관련해서는 '학교 업무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97%에 달했다. 교사 스트레스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9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학교 밖 교육활동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부담(99%) △학부모 민원(99%) △학교폭력 및 각종 분쟁 처리 부담(98%) 등을 꼽았다. 관리자 갑질 역시 80%가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는 △교육활동 보호 예산 확충 필요(96%) △교육활동보호팀의 과 단위 조직 확대 개편 필요(87%)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악성 민원 등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원스톱 대응체계 구축 필요(100%)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교사들은 학교의 과도한 행정업무와 교육활동 침해 문제, 교원 정원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의 본질적 역할을 '공교육의 의무교육 수행'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3%로 가장 높았으며, 학교가 과도한 행정·돌봄·민원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활동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지원청 내 '학교통합지원과'를 통해 학교 행정업무를 이관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93%가 찬성했다. 학교통합지원과로 이관돼야 할 업무로는 △다양한 학교 인력 채용(47%) △교복 관련 업무(13%) △생존수영 지원 업무(13%) △자치활동 업무(11%)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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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돌봄 운영 방식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77%가 '우리동네키움센터'와 같은 지역사회 기반 지자체 공공돌봄 모델에 찬성했다. 반면 학교 공간을 활용하되 지자체가 운영하는 형태의 공공돌봄에는 20%가 찬성했다. 이는 돌봄 기능이 학교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교원 정원 증원을 바라는 교사들의 요구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77%는 수업 시수가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초등 교과전담교사 확대를 위한 배치기준 변경 필요(80%) △초등 체육 및 건강한 생활 전담 교사 정원 확보 필요(78%)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른 중등교원 추가 확보 필요(84%) 등에 대해 높은 공감대를 보였다. 대체강사 채용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91%가 공감했다.
성과급 제도에 대해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9%로 가장 높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6%,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성과급 개선 방향으로는 △폐지 후 교직수당 형태로 균등 지급(37%) △담임·부장수당 등으로 전환 지급(30%)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교사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과 관련해서는 △교원의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 및 제정 필요(99%) △교육청 차원의 노동3권 보장 노력 필요(96%)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노력 필요(92%) 등에 대해 매우 높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학생 건강권 보장을 위한 청소용역비 예산 확대 및 중등·각종학교 확대 필요(94%) △학습지원 전문교사제 도입 필요(75%) △공립 특수학교 확대 필요(90%) 등이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정책적 요구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이번 설문 결과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학교가 단순한 행정 집행기관이 아니라 교사들은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학생들은 즐겁게 배우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