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과열경쟁 참았지만 연설 떈 '으르렁'

李·朴, 과열경쟁 참았지만 연설 떈 '으르렁'

부산=오상헌 기자
2007.07.26 17:02

부산연설회 차분히 진행… '빅2' 연설에서 서로 정조준 '맞짱'

달라졌다. 지난 22일 제주 연설회 때 목격한 '난장'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사단'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제주 연설회의 파행이 재연되는 걸 막기 위한 당 지도부의 강력 경고와 자제 요청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해져 온 '비보'도 '과열'을 막는 데 한몫했다.

2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두 번째 합동연설회는 이렇게 '조용한 축제'로 치러졌다. 2시간 내내 '물의'가 빚어졌던 제주 연설회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반' 수준이었다는 평가.

하지만 '평이한 연설회'에 대한 '빅2' 진영의 평가는 역시 '상반'됐다. '공방 자제'를 약속했지만 유세 내용에서는 서로를 향한 '공격적 언사'들이 난무하기도 했다. '빅2'간 갈등 소지와 논란의 불씨를 여전히 남겼다는 의미다.

▲ 26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합동연설회. 가운데 경호원들을 끼고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사진 왼쪽)과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오른쪽)이 응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 26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합동연설회. 가운데 경호원들을 끼고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사진 왼쪽)과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오른쪽)이 응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엄격한 통제=제주 연설회와의 차이는 행사 시작 전부터 예견됐다. 연설회 진행 규칙이 완전히 바뀐 탓이다.

우선 당 지도부와 경선관리위원회는 장내 입장 인원수를 1만4000여명 수준으로 맞추고 이 지역 대의원으로 입장 자격을 엄격히 통제했다. 열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팬클럽'은 입장이 전면 금지됐다. 각 캠프별 비표도 50장선으로 줄였다.

'합동연설회 준수사항'이란 새 규칙도 마련됐다. 제주 연설회에서 장내를 뜨겁게 달궜던 꽹과리, 북, 호루라기, 깃발, 현수막, 막대풍선, 부채 등 열기 고조도구 반입도 일절 금지했다.

후보 팬클럽들이 동일 색상, 같은 디자인의 복장을 맞춰 입고 오는 것도 막았다. 건장한 경호원들을 연단에 일렬로 배치해 '빅2' 지지자들의 자리를 두 구역으로 구분했다. '자리싸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빅2 지지자는 '자제'= '빅2' 지지자들도 지도부와 선관위 요청에 호응했다. 제주 연설회와 달리 자리싸움을 하는 장면은 목격되지 않았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연단을 가득 메운 양 후보 지지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후보 입장을 기다렸다.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함께 따라 부르며 '후보의 축제'가 아닌 '당의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상대를 향한 고함이나 몸싸움도 발생하지 않았다.

'흠'이 아주 없진 않았다. 공교롭게도 현역 국회의원들의 돌출 행동이 '사단'을 불러일으켰다. 박 후보 지지자들이 자리한 연단 오른쪽 앞에서 캠프 소속 송영선 의원이 단상에 올라 화려한(?) 몸짓과 손짓으로 응원전을 주도한 게 발단이 됐다. 송 의원이 박 후보의 '기호 3번'을 의미하는 손가락 세 개를 이용해 응원에 나서자 이 후보측 지지자로 보이는 한 당원이 송 의원을 제지하다 충돌이 빚어진 것. 송 의원이 격하게 반응하면서 자칫 둘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질 뻔했다.

▲ 26일 한나라당 합동연설회 행사장에 바뀐 응원 규칙이 적힌
알림판이 비치돼 있다.
▲ 26일 한나라당 합동연설회 행사장에 바뀐 응원 규칙이 적힌 알림판이 비치돼 있다.

◇李·朴은 서로 '으르렁'= 연설회 바깥 풍경과는 달리 본게임에서는 '빅2'간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아프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피살 사건으로 '공방 자제'를 선언한 것과는 딴 판이었다.

포문은 원희룡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단상에 선 이 후보가 먼저 열었다. 자신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최적격자임을 내세운 이 후보는 "누구나 공약은 할 수 있고 정책을 만들 수 있지만 공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실현시키는 것"이라며 박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박 후보의 '반격'은 더 거셌다. "불안한 후보로는 안 된다" "후보가 된 다음 문제가 커지면 정권교체는 물건너가고 만다" 등 이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약한 후보로도 안 된다. 약속한 경선 규칙을 바꾸고 연설회 일정을 회피하고 TV토론도 못하겠다는 약한 후보로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기업을 해봤다고 해서 나라를 살리는 것 아니다", "제 아버지는 군인 출신이었고 레이건은 영화배우 출신이었지만 경제 살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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