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인터뷰

[뉴스1=곽선미 기자] 10·26 서울시장 보선에 안철수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가 출마를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안 교수는 5일 현재까지 서울시장 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힌 상태이나, 3~4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30~40%를 기록, 2위 후보를 2~3배가량 앞지르며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안 교수와 지난 5월부터 지방순회 '청춘콘서트'를 함께 이어오며 '제3의세력' 등 대안정치세력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 클럽에서 5일 오후 만났다. 대담은 고태성 뉴스1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1문1답.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교수가 30~40%를 얻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예상대로인가.
=2위 후보와 두세 배 격차를 벌이며 선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았다. 안철수 교수 개인에 대한 신뢰와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가 반반씩 어우러진 결과라고 판단한다. 물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면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 과거 선거 경험으로 볼 때 특히 무소속의 지지율은 줄 게 마련이다.
하지만 선거 종반까지 지지율이 '평행'을 유지하던 사례도 있다. 오세훈 전 시장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서울시장 대결이 그랬다. 격차가 유지되는 때는 민심의 이탈이 워낙 커서 '묻지마식' 투표가 이뤄질 때였다.
-세간에서 윤 전 정관이 안철수 교수의 후견인이라거나, 멘토라고 하더라. 어떤 인연인가.
=지난 3월쯤 처음 만났다.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과 안 교수가 지난 3년간 전국의 지방대학을 돌며 대학생들과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애환을 나누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알게 됐다. 바쁜 사람들이고 돈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자발적으로 하는 모습이 퍽 감동적이었다.
도울 방법을 찾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제가 원장으로 있는 평화교육원에서 조력할 수 있겠다 싶어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다.
-10·26 서울시장 보선 출마는 윤 전 장관께서 권유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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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손사레를 치며 '정치는 안한다'고 한 사람이다. 우리들은 원천적으로 현실 정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보았고 '이대로는 안된다'는 의식은 평소 공유했었다. 저도 어떻게든 '조직적인 운동을 통해서 한국 정치권에 충격을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다.
그랬던 그가 시장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면 평소 서울시장에 관심을 갖고 관찰한 건 맞는 것 같다. 제가 권유한 것은 전혀 아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자리를 '행정'이지, '정치'는 아니라고 생각하셨을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자리이니, '정치'라고 봐야 한다. 여기까지는 생각이 조금 덜 미쳤을 수 있다.
-언제쯤 안 교수가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나.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한다고 한지 닷새가량 지났다. 박원순 변호사(야권 통합후보로 거론)는 7,8일 사이 출마 의사를 밝힌다고 했고 그 전에 안 교수를 만나보겠다고 한 터이니, 이르면 오늘(5일) 내일(6일) 중으로 두분이 만나시지 않겠는가. 추석 이전에는 두분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낼 것으로 본다.
-안 교수가 선거에 나간다면 그의 선거를 도울 것인가.
=안 교수 주변에도 도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본격적으로 해본 이들이 거의 없다. 그나마 선거 유경험자는 저밖에 없으니, (안 교수가) 제게 도움을 구하면 전력투구해 도울 작정이다. 그의 결심이 중요한 것이지, 결심을 한 이후에는 새삼스레 (저와) 논의할 게 없다.
-안 교수가 한나라당과 연대해도 도울 것인가.
=여든 야든 상관없이 안 교수가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도울 것이다. 어느 쪽이 된들 상관없다. 하기 싫다고 안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와의 정(情)으로 도와야 한다.
-박원순 변호사와 만난다면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는 것인가.
=원래 박 변호사와 안 교수는 가까운 사이다. 두 분이 서로 나올 의사를 나타내서 곤혹스럽겠다 싶었다. 박 변호사나 안 교수는 이미지나 성향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당연히 만날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 이야기는 섣불리 거론할 수 없다. 다만 나중에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충분히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많은 의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와 박 변호사의 지지율을 보면, 큰 차이가 난다.
=그렇더라. 그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2위와는 격차를 벌일 것이라 추측했으나 박 변호사는 예상밖이었다. 아마도 대중의 인지도가 안 교수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아서 인 듯하다.
-안 교수가 야권의 독자 후보가 될 수도 있나.
=야권의 독자 단일후보라. 지금까지는 안된다고 얘기를 해왔으나 정치는 가변적이다. 현재로서는 된다, 안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안 교수가 시민사회진영에서 대표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나.
=아직 그렇게까지 평가하긴 이르지 않을까 한다.
-출마 선언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조직해 가려 하는가.
=큰 돈을 들여 선거를 치를 생각은 아니다. 그럴만한 돈도 없다. 조직도 과거처럼 방대하게 꾸릴 필요 없다. 어쨌든 과거 방식대로 선거운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대는 21세기인데 정치는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비효율적이다. 시대에 맞게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할 것이다.
시장 출마 검토가 거론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우리는 그 단기간 동안 나름대로 여러가지 선거 준비를 했다. 안 교수가 "하겠다"고 선언만 하면 바로 선거 체제를 가동할 것이다.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는 게 무엇인가.
=안 교수는 정당의 물적 토대가 전혀 없다. 선거를 하려면 기본적인 계획부터 서 있어야 한다.
-선거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법정 기금은 나중에 돌려주는 걸로 알고 있고. 짐작컨대 안 교수도 그렇고 박 원장도 개인적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할 실력이 있다고 본다. 주변에도 도와줄 분들이 꽤 있다.
-안 교수가 시장이 되고 나면 선거운동을 도왔던 정치세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바로 해체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 조직을 어떻게 가꿔 갈지는 선거를 치러봐야 안다. 선거 과정과 결과를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안 교수가 서울 시정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은.
=구체적으로 시정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으나 '주민투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런 사안에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시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안 교수와 박찬종 전 의원의 사례가 자주 비교된다.
=박찬종씨의 인기와 안 교수의 인기는 내용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른바 '안철수의 인기'는 그 사람 개인에 대한 감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데에서 나온다. 그의 '공적 헌신성'이다. 예전에 안 교수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서 7년간 무료로 일반인에게 제공한 바 있다. 사회지도층이나 기업에게서 그동안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의 그런 행동은 신선한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일시적 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제 판단이다.
-안 교수에 대해 야권에서 "반(反)민주세력"이라고 하는 등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서 '반 한나라당'이 아니라 '비 민주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웃음이 난다.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이 얼마나 민주개혁이 되었는가.
국민한테 물어보라. 민주개혁이 되었다면 '응징투표' '묻지마식 투표'를 해서 정권을 교체했겠는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이분법적 구분이다. 저도 언젠가 안교수에게 물었다. "나는 '균형과 합리'를 기준으로 삼는데, 안 교수는 무엇이 기준인가"라고. 당시 안교수는 '상식과 비상식'이 기준이라고 답했다.
정당은 정파적 이익을 좇아 온갖 이야기를 다 한다. 그것이 언제적 수법인데 지금도 쓰나. 80년대 이후만 따져도 20년도 더 된 수법이다. 안철수 교수는 "출마를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만 했는 데도 왜 양 거대 정당이 이토록 흔들리는가. 그것은 민심이 떠 있었다는 증거 아닌가. 그럼 자신들이 어떻게 민심을 되돌리고 회복할지를 고민해야지, 이쪽을 비판한다고 될 일인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안 교수가 독자 출마하면 한나라당에 어부지리가 된다"고 했다.
=그건 그분이 잘못 생각하는 거다. 당장 나온 여론조사만 봐도 안 교수가 한나라당의 표를 더 가져간다고 나오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어느 정당에 유리하다, 혹은 유리하지 않다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어떤 분들은 안 교수의 '무소속' 출마를 '탈정치의 정치'라고 했다. 이런 구도가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성공할 것이라고 보나.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다. 기반이 정당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숙의민주주의 이야기가 거론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걸 바랄 수도 없다. 정당이 개혁을 못해서 문제인 것이지, 대통령으로 당선된 분은 정당을 매개로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맞다.
-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선출되더라도 정당으로 가야한다는 의미인가.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당선이 되더라도 '탈정당정치'를 할 수는 없다. 기존 정치가 변화해주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잘못 하니, 제3세력이니 운운하는 게 아닌가. 기존 정치권에도 훌륭한 분들이 있으나 소수라서 곧 사그라들곤했다. 그래도 외부로의 충격은 기존 정치권에서 소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동력을 얻는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제3세력, 정치적 대안세력은 계속 가는 것인가.
=안 교수와 다른 좋은 분들이 협의해 어떻게 결론을 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당초 목표가 그것이었으니 아마도 해야 할 것이다.
-창당의 가능성은.
=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우리가 하는 운동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 여러 길이 열릴 것이다. 벌써부터 무엇을 하고 안하고를 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절실한 필요성이 생기면 정당을 만들수도 있고. 안 만들 수도 있다.
-안 교수의 가족 반대가 있다고 하던데.
=간접적으로 전해듣기로는 가족들의 완강한 반대가 있다고 한다. 부인보다는 부모나 자녀가 그런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장관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자문도 종종 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권에 떠도는 이야기 중 상당 부분이 100% 거짓말이고 엉터리다. 내 일이니 내가 잘 안다. 항간에는 내가 '박 전대표와 자주 만난다'고도 알려져 있던데 전혀 아니다. 예전 선거 캠프에서 조언하고 떠나오면서 이제 안한다고 다짐했다.
-안 교수의 장점을 꼬집어 말한다면.
=안 교수는 '공적 헌신성'이 있다. 늘 사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일각에서 그가 축적한 부(富)를 지적하는데, 그는 7년간 무료 백신도 배포한 사람이다. 돈을 벌려고 했다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거다. 평생 공짜로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의 단점은. 사람이 참 진지하고 솔직하다. 이걸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과연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에 복귀하는 것인가.
=사람이 하는 행위 중에 정치적이지 않은 게 어디 있나. 모든 일이 정치적인 것이다. 다만 저는 안 교수가 갑자기 쏟아지는 여론의 관심을 다 받아낼 수 없어 도왔을 뿐이다. 그가 시장에 나서게 되는 배경이 무엇인지, 알리는 차원에서 창구 역할을 했다. 이젠 그의 결심만 남았고 제 역할은 끝이 났다. 후임 역할을 여전히 제게 맡길지, 다른 이에게 맡길지는 안 교수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