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국감 제대로①]최단기 준비기간·최대 피감기관…벌써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수산위 국정감사 현장.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해양사고 증가에도 선박검사 합격률이 99.99%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도 연도별 해양사고 급증을 지적하면서 해경경찰청 초동대처 미흡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2013년은 1993년 10월10일 부안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로 292명의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이 일이 발생한지 20주기가 되는 해"라며 "해경은 다시 해양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지적들은 후속대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선박검사 문제만이라도 시정됐다면 '세월호 참사'는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운 관측도 나왔다. 국감 지적사안이 해결되지않고 사고로 또 다시 이어지면서 '국감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2014 국정감사가 사상 최단기 준비기간에 최대 규모 피감기관을 상대로 7일 시작된다. 증인채택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감 첫날부터 증인출석 의무에 구멍이 뚤리는 등
올해도 벌써부터 '부실국감'이 예고되고 있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올해 국정감사 대상기관을 672곳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630개 기관보다 42곳 늘어나 1988년 국감 부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실제 공휴일을 제외하면 실제 국감은 2주 남짓에 불과하다. 수많은 피감기관을 짧은 기간에 내실 있게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야가 국감 일정에 합의한 것은 지난달 30일로 준비기간이 6일에 불과했다. 준비기간중 개천절과 주말(3~5일)이 연달아 껴있어 충분한 자료나 질의서를 받기 어려워 여야는 물론 피감기관 모두 부실한 '벼락치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매년 반복되는 지적사항=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마치고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 시정처리 요구사항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동일하게 지적된 사항은 무려 561건으로 집계됐다.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을 의원들이 제대로 챙기지 않으니 피감기관들이 고치지 않고, 국회는 다음 국감에서 이를 다시 지적하는 고질병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
연맹은 "피감기관은 국정감사 때만 참으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국회 시정처리요구사항에 대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매년 반복 요구되고 국회에서도 별로 문제 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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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후속사항을 잘 챙기지 않으니 국감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안 마련엔 소극적이다. 매년 기관장이나 수장의 잦은 교체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피감기관 "하루만 피하자"=20일이란 짧은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국감시간도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국회의원들이나 보좌진들은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길지 않다보니 충분한 준비가 어렵다. 짧은시간 많은 국감을 소화하느라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에 피감기관들엔 "하루만 피하면 된다"는 관성이 생겼다. 이는 자료 지연제출이나 미제출, 불성실 답변 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툭하면 국회의원 호통과 파행으로 옮겨붙는다.
경실련은 "짧은 기간 많은 피감기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다보니 피감기관을 호통치고 자신의 발언만 일방적으로 쏟아낸 다음 답변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등 졸속과 구태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인 채택도 부실, 무더기 증인채택 여전=국회가 일반증인을 대거 불렀지만 상임위 가동이 늦어져 7~8일 출석 예정 증인들의 경우 법적으로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구멍'이 발생했다. 증인출석 미비 사태로 부실국감이 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국회는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할 경우 일주일 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11개 상임위는 지난 1일에서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간사 협의 등을 거쳐 올해 국감 일정 및 일반증인 채택 여부를 확정했다. 7일 출석예정인 증인은 6일 전에 통보를 받은 셈이어서, 국감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기재위 등 나머지 5개 상임위는 2일 회의를 열어 국감 관련 내용을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때 신청된 증인들의 경우 일주일 뒤인 9일부터 출석 의무가 생긴다.
무더기 일반인 증인 신청도 이어진다. 여야가 기업인들을 증인석에 세워놓고 일방적으로 호통을 치는 등 국회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위는 박봉균 SK에너지 대표이사,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55명의 일반증인을 신청했다. 환노위도 야당 의원들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당 반대로 출석여부는 미지수다. 농해수위, 복지위, 미방위에서도 기업 총수들을 부르기로 했다.
◇제도적 개선책은?=매년 각 상임위별로 국감과정에서 수많은 지적사항을 내놓는다. 문제는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사후검증에 대해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도 잘챙기지 않다보니 예산심의를 무시하고 예산심의에 몰두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사후조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지적사항에 대해 확실히 구체적인 가부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제도개선이 힘들다면 현 제도 이행에 충실하자"며 "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에 사후 확인이 꼭 필요하며 정부나 국회 모두 다 (사후조치에)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도 "국감 취지를 살리려면 시정조치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 경우 현 제도내에서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지적사항을 행정부가 이행하도록 강제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피감기관이 특별한 사유없이 국회의 시정·보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예산상 불이익이나 기관장 해임 등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관계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