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징계 절차 규정대로 진행"

국방부가 이른바 '계엄 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전 육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한 징계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징계위원회 절차를 일주일에서 하루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징계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는 입장이지만 징계 방향을 정해놓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징계위 개최 수 시간 전 김 전 실장 측에 출석통지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김 전 실장에게 내려진 '근신 10일'(경징계) 처분을 취소하고 엄정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징계위 구성 △출석통지서 전달 △징계위 개최 등까지 불과 약 20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징계위 당일 오전 출석통지서가 전달되면서 김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의 변호사는 징계위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군인사법 '군인 징계령'에 따라 김 전 실장이 출석 진술 의사가 없다고 판단,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중징계)하는 처분을 내렸다.
중징계 이유는 김 총리가 지적한 육군본부 법무실장으로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전 육군참모총장)에게 지체없는 계엄 해제를 건의하거나 조언하지 않은 점 등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징계 처분은 12·3 비상계엄 당시 충남 계룡대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에 탑승한 점이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징계 때는 징계위 구성부터 출석통지서 전달, 징계위 개최까지 일주일 안팎의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전역을 사흘 앞둔 상황에서 김 총리가 '엄정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8일 하루 만에 징계위가 열려 처분이 이뤄졌다.
국방부는 관련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군인 징계령 제9조에는 '징계위가 징계 등 심의대상자에게 심의 일시 등을 고지할 때에는 위원회 개최일 3일 전에 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대령)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징계 절차는 규정대로 진행됐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국방부가 한 차례 처분한 징계를 국무총리가 '엄정 재검토'를 지시한 것 자체가 징계위 독립성에 영향을 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무총리가 정부조직법 제18조에 따라 재검토를 지시할 수는 있지만 징계위 독립성 문제는 또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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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처분에 대한 항고는 처분일로부터 30일, 행정소송은 180일 이전 가능하다. 김 전 실장이 관련 절차를 개시할지 여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행정 행위의 적법성 여부 등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군 안팎에선 비상계엄에 대한 징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당사자 조사보단 제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엄 버스'에 탑승했던 이유 등으로 김 전 실장이 근신 처분을 받았는데, 김 전 실장은 계엄 당시 상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에선 계엄 버스에 탑승했거나 상부의 지시는 없었지만 계엄사령부의 보직자로 임명됐던 이들, 계엄 당시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합참)에 출근해 일정한 업무를 수행한 이들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