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네번 사과한 노태악, 더 나빠진 선관위

[우보세]네번 사과한 노태악, 더 나빠진 선관위

이태성 기자
2026.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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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06.07.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06.07.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2022년 취임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임기 중 네차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대법관 중에 대국민 사과를 이처럼 자주 한 사람은 드물다. 노 위원장은 2022년 대선 때 소쿠리 투표 논란, 2023년 고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논란, 2025년 대선 때는 사전투표용지 반출 논란, 그리고 올해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논란에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낭독해야 했다.

4번의 사과 중 3번이 선거 관련으로, 2022년부터 치러진 모든 선거 때마다 국민들은 노 위원장의 사과를 들었다. 이때마다 선관위는 '선거를 보다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이번에는 결국 노 위원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히 선관위원장의 사퇴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일어났던 논란은 선거 관리 부실에 그쳤다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국민의 참정권 침해로 직접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선거 후 남는 투표용지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빌미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권자가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관위의 기본 업무다. 음모론 때문에 기본 업무를 뒤로 했다는 변명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선관위를 국정조사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이유, 선관위를 비판하며 서울 잠실에 사람들이 사흘째 모여있는 이유, 대학가마저 선관위를 성토하는 성명을 쏟아내는 이유다.

'선거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도 확산되고 있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유튜버 전한길씨는 잠실 시위 현장에 나타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도 시위 현장을 찾아 '선거가 조작되고 있고 이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말을 쏟아냈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중국 공안으로 몰아가는 헤프닝도 발생했다. 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의심하며 비상계엄을 했던 악몽이 아직 잊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가 친 사고의 여파는 이토록 크다.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기본 조건은 선거에 대한 신뢰다.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믿음이 있어야 선거에 패배한 후보, 그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다. 이 신뢰를 지키기 위한 기관이 선관위인데, 선관위는 스스로 이 역할을 저버렸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를 해체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선관위는 원인 파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시위대, 부정선거 음모론자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선관위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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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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