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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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처음 만났던 것은 지난해 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성공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길거리 룸펜도 대통령을 시키면 애국자 된다"면서 지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했고, "국민들에게 양보와 인내를 요청하고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이 첫 마디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양극화,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데 시간에 쫓겨서는 안되니, 국민들에게 먼저 이해를 구하고 비전과 철학을 가다듬고 실천해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국정의 중심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답게 공감 가는 조언들이 많았다. 이후 정국 상황이 답답할 때면 그를 찾았다.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극단적인 대치상황으로 간다면 정부 조직을 운영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야권인사로서 쉽지 않은 해답을 내놨다. 지난 8월 말에는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의원 연찬
이름깨나 알려진 경제, 금융 관료들 앞에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카드채 사태를 해결한 주역, 통화스와프 체결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저축은행 부실 처리를 끝낸 장본인 등등. 공통점은 모두 사태가 터진 이후 이를 수습했다는 점이다. '기업 자금시장 경색을 미리 막았다',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 재발을 막았다' 등 '사고를 예방했다'는 수식어가 달린 관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지만 사고를 예견하고 막은 사람들보다 사고가 터진 다음 수습한 사람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전직 금융 고위 관료는 "사고 터지고 수습 잘하면 빛나지만, 선제적 대응한다고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양사태처럼 알고도 못 막은 경우도 있는데 미리 예견해 예방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최근까지 뭇매를 맞은 '회사채신속인수제'도 선제적 대응의 저평가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회사채신속인수제'를 부활시켰다. 회사채 시장의 양
"효성이 벤츠 수입을 그만두면 말레이시아계 화교 재벌인 레이싱홍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대기업인 효성 말고 레이싱홍 계열의 한성자동차를 견제할 벤츠 딜러는 없습니다." 수입차업계에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효성, 코오롱, 두산 등이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을 때 한 수입차업체 임원이 한 말이다. 그는 "차에 하자가 생기는 경우 대기업계열 딜러는 그룹 이미지를 고려해서라도 서비스 등에 더 신경을 쓴다"며 "대기업 철수가 소비자들에겐 이롭지 않다"고 했다. 결국 두산그룹이 혼다 수입을 접는 수준에서 끝이 났지만 한성차는 시장선점 효과에 기대 효성과 코오롱 등을 제치고 국내 최대 수입차업체로 컸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산업지형도가 달라진 업종은 곳곳에 널려 있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미국계 아라코가 알짜 공기업 상권을 장악해가고 있고 공공정보화 분야는 한국IBM, 중국계와 미국계가 대주주인 대우정보시스템,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손자회사격인 쌍용정보
최근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라는 외국계 합작기업이 김해국제공항 'DF2(주류·담배)구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중소·중견기업에게 사업권을 준다며 국내 대기업 입찰 참여를 막았는데 정작 외국계 기업이 최종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지분 70%를 보유한 듀프리는 연매출 40억달러의 세계 2위 면세점 업체다. 그런데도 정부로부터 '중견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아 입찰에 참여했다. "지난 8월 자본금 1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국내 법인으로 서류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권한은 한국공항공사에 있고, 서류상에도 문제가 없다지만 좀처럼 씁쓸함이 가시질 않는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로 내몰고 글로벌 기업 주머니만 불려준 꼴이 됐다. 중소·중견기업에 우선권을 주려고 법까지 개정했는데 그 취지도 무색해졌다. 김해공항 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입찰에서 다국적 기업 계열인 '아라코'가 운영권을 따낸 것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취재가 곧 공부일 때가 많다. 특히 인터뷰가 그렇다. 최근에는 청년 취업난 해법을 찾기 위한 기획의 일환으로 창업 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스웨덴의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를 만났다. 그와 인터뷰를 마쳤을 때, '복지'라는 개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 준 한 편의 강의를 듣고 온 듯한 기분이었다. 스웨덴은 잘 알다시피 보편적 복지 제도가 잘 확립된 국가다. 그 대신 국민은 높은 세율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때는 복지 과잉으로 노동자들이 일할 동기가 사라진 '스웨덴 병'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스웨덴 경제에 활력을 주는 것은 젊은이들의 창업 정신이다. 새로운 회사의 60%는 만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이 만든 회사다. 스톡홀름대학의 경우 재학생 6명 중 1 명이 올 한해 동안 창업에 나섰다. 삼성그룹 입사
안동경찰서 남후치안센터에서 혼자 근무하던 안건식(58) 경위는 지난해 10월 순직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1주일만에 숨을 거뒀다. 지난해 7월에는 안동 풍산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장명동(56) 경위가 순직했다. 술 취한 시민을 귀가시키기 위해 설득하다 피곤을 느껴 잠시 의자에 앉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급성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최근 경찰청이 국정감사를 위해 민주당 진선미 의원(안전행정위원회)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순직한 경찰관은 46명이다. 이 가운데 65.2%에 달하는 30명이 과로로 순직했다. 순직경찰관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11명에서 2011년 13명, 2012년 15명, 올해는 지난 8월까지 7명으로 늘고 있다. 공무중 상해도 연평균 1500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경찰관은 '명'이 짧은 공무원이다. 2008년 공무원관리공단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당시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에 따르면 경찰관
“우리는 동양과는 다릅니다” 요즘 대기업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다. STX그룹에 이어 동양그룹까지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투자자는 물론 언론들도 다음 타자가 과연 누가될 것인지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어서다. 지금은 어느 기업이라도 동양과는 같은 도매금으로 묶이는 순간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다. 동양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어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제2의 동양’을 찾으려는 분위기 때문에 최근 여러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금융계열사들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인수하거나 판매했는지 살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내용은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었지만 동양의 악몽 탓인지 사람들 뇌리에는 ‘문제가 있으니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각인됐다. 하지만 동부의 경우 계열사 가운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난타 당하고 있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 이후 그렇게 '금융소비자보호'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다음 주 국정감사는 금융당국 성토장이 될 전망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금감원은 뭐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이 손 놓고 지켜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감독할 수 있는 규정과 제도의 범위 내에서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동양증권이 과도한 계열사 CP를 축소토록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행을 모니터링했고 CP 불완전판매를 적발해 대표이사에게 '문책경고' 했다. CP 판매를 금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객에게 계열사 채권을 판매할 때는 안내서류에 자본잠식 사실을 기재하고 투자위험을 충분히 알리도록 조치했다. 그럼에도 동양그룹은 결국 무너졌다. 약 5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금감원이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더라도 1명이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예
지난 3월29일 현대자동차 신입사원 입사식이 열린 울산 동구 현대호텔. 신입사원 대표는 "합격 문자를 받고 아내와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사내하청 근로자'에서 꿈에도 그리던 '현대차 정규직'이 된 감격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현대차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2016년까지 3500명이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그렇지만 그만큼 기회가 줄어드는 이들도 있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우선 선발하면서 고졸자와 전문대졸자를 대상으로 한 생산직 공채는 따로 안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 신입채용이 1년 만에 다시 문이 닫힌 것이다. 현대차가 매년 고졸 100명을 뽑겠다고 했지만 대상은 마이스터고 졸업생으로 제한됐다. 현대차의 당시 정규 생산직 채용은 248명 모집에 6만명이 지원, 경쟁률이 240대1일 정도로 바늘구멍이었는데 그 정도의 좁은 문도 없다. 남은 방법은 '사내하청 근로자'를 거쳐 현대차 정규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마저 순탄치 않다
며칠 전 만난 한 유통업체 임원은 "이번 국정감사 때는 제발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며 "증인 채택이 끝나기 전까지는 (대표이사가 불려갈까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 내용의 7할은 국감이었다. 그는 "요즘 분위기는 담당 공무원보다 국감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했다. A화장품업체 임직원들은 "10월들어 외부 일정을 일절 잡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돌아가며 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탓에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갑작스런 방문 통보에 점심식사 때 수저를 들었다가도 회사로 불려간 적도 다반사다. 시급한 업무회의를 취소한 경우도 셀 수 없다. 오는 1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들이 '국감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이슈가 뭐냐"고 물으면 업종을 막론하고 '국감'이라고 답할 정도다. 국회가 매년 국감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기업인들을 줄줄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들이다보니 특별한 현안이 없는 기업들도 좌
10여년 전 법조를 취재할 때다. 국가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해 피살된 남편을 대신해 부인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다. 부인은 "남편의 명예가 회복됐다"며 기자들 앞에서 연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법원의 판결은 정부가 남편에 대해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일 뿐 남편의 명예와는 상관 었다. 하지만 남편 사망 후 주변의 수군거림에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 어떤 말도 하지 못했던 부인은 재판부가 그간의 사정을 들어 준 것만으로도 '명예회복이 됐다'고 느꼈던 것이다. 재판은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억울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뉘우치게 하는 것도 법원이 할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판결이었다. 지난 27일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 2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부의 발언에는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최태원, 최재원은 한마디로 거지다" "김원홍이는 허황되고, 탐욕스럽고, 도박
왕조 국가에서 왕이나 왕실을 '능멸'하는 일은 상당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업신여겨 깔봄'이라는 뜻을 가진 능멸은 왕의 위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됐다. 북한은 겉으로는 공화국을 표방하면서도 3대째 세습을 이어온 실질적인 왕조국가나 다름없다. 자신들이 일컫는 '최고존엄'에 대한 업신여김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어깃장을 부리는 차원을 넘어 '전쟁 불사'까지 선언하는 등 남북 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 2011년 6월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부자의 사진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하자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복 위협을 했다. 2012년 4월에는 속칭 100회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당시 행사 비용이면 옥수수 얼마를 사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등 이야기가 한국에서 나오자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복수의 성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 등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리더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고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