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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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개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손을 놓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중견 전자부품 대표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핵심인력 빼가기와 관련해 던진 말이다. 정부의 핵심 대책인 기술인력 유출 신고센터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을 지적하면서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기술인력 유출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2012년 3월 신고센터 설치 이후 현재까지 4건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기술인력 유출 실태조사 건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청과 중기중앙회가 공동으로 설치한 신고센터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를 방지하는 업무를 전담한다. 당초 중소기업의 피해 사례를 접수받아 소송 업무를 지원하고 분기별로 기술 유출 실태조사를 실시해 공정위에 제소한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설립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중기 핵심인력 빼가기는 여전하지만, 문을 연지 2년여가 지난 신고센터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중소기업의 대표는 "신고센터가 당초 취지와 달리 홍보는 물론 신고 접수
"지난해 순이익이 1조3550억원(연결기준), 시가총액(26조원) 대비 PER(주가수익배율)가 20배(주가 고평가)란 얘기죠. 조금 심각하네요. 주가 더 떨어지겠는 걸요…." 지난달 28일, 포스코의 실적발표 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 말이다. 포스코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0년 5조원에 달한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20%씩 줄어들어 3조원에 못 미쳤다. 철강경기 침체 탓도 크지만 포스코가 그동안 외형확장에 치중해 경쟁력과 수익성이 약화된 결과다. 정준양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미래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5년 동안 20여개 기업을 인수했다. 2007년 23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2012년 71개로 늘어났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만 약 5조원이다. 하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지속적인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이익은 줄어들고 투자금으로 부채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2012년부터 줄줄이 포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네요."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의 농담섞인 말이다. 정 의원은 얼마전 기자와 만나 "지난해 5월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이후 1년이 다 돼가지만 전경련을 비롯해 어떠한 재계 단체도 법안 협의를 위해 한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과 관련해 언론플레이만 하거나 입장이 비슷한 여당 의원들만 찾아가는 손쉬운 일만 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경련과 경영자총연맹(경총),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이 국회의 법안 통과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재계 이익단체라면 법안 통과의 핵심 역할을 맡은 원내수석을 수시로 찾아 필요한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이래서 안된다'고 설득하고 때로는 논쟁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정 의원은 재계단체가 아닌 다른 이익단체들은 직접 찾아와 법안과 관련한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
"처벌이 능사는 아니더군요." 서울시 고위관계자가 부실시공업체나 불량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를 '일벌백계'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심스럽다며 털어놓은 말이다. 기업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유혹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 순간만 눈감으면 '이윤 극대화'란 달콤한 열매를 취할 수 있는 구조다. '걸려야 본전'쯤으로 치부하는 현실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사법당국이나 행정기관의 엄중한 처벌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이란 지적에 대해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공무원의 청탁비리가 한 번이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곧바로 직위해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산하기관에까지 확대 적용했다. 지난해 보도블록공사에 이어 올해는 도로포장공사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단 한 번의 적발로 입찰자격을 영구 박탈한다는 것으로, 서울시도 고민은 있다. 원청사의 퇴출은 하청사의 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건설산업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죄가 뭔지 아세요? '들킨 죄'입니다." 25년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IT서비스 영업을 했던 전 대기업 임원 A씨. 최근 신용카드사의 무더기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지켜보는 소회가 어떠냐는 물음에 "요즘 이쪽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이번 사태에서 '들킨 죄'가 제일 크다고 농담처럼 말한다"며 씁쓸해했다. 금융권의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보안이 뚫려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는 것. 그래서 그걸 들킨 게 나쁜 것이라는, 업계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답변이었다. "그 정도냐"라며 놀라워하는 기자에게 그는 "금융기관은 특히 고객들이 오랜 기간 거래하고 고객 정보도 10년 이상 축적돼 갖고 있어 보안이 더 중요하지만 이미 예전에 털릴 거는 다 털렸고 우연히 이번에 밝혀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태도 개인정보가 최초 유출된 뒤 1년2개월이나 지난 후에 밝혀졌다. 우리가 몰랐던 과거의 정보 유출 사건이 몇 달 뒤
"솔직히 바로 사업이 풀릴 거라곤 기대하지 않아요. 지난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인도 순방이나 인도 총리의 답방 때마다 '곧 된다, 된다' 했는데 벌써 9년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지난 16일. 포스코가 인도 오디샤주에서 추진하는 제철소 건립 문제와 관련해 이 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나온 얘기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싱 총리에게 지지부진한 제철소 건설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긴밀한 협조' 약속을 받아냈다. 정상회담 뒤 박 대통령과 싱 총리는 "큰 진전" "상당한 진전"(advanced stage)이란 말로 흡족해 했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 관계자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포스코가 그러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사실 우리 대통령과 인도 총리가 만나 오디샤주 제철소 건설사업에 대해 얘기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에 세 차례
2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기업 정상화 계획에 관련한 백브리핑을 '자청'하고 기자실을 찾았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여전히 몇몇 공기업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8월 말까지 마지막 시한을 주고 그 때까지도 하지 않으면 해당 기관장을 경질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장관의 최후통첩에 산하 공기업 내부의 분위기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 "그동안 수십차례의 내부 회의를 거쳐 줄일 것을 줄이고 없앨 것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도대체 뭘 더 이상 하라는 거냐"며 "그냥 사장보고 사표를 쓰고 나가란 얘긴지 정말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채 감축의 핵심 수단인 자산 매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부는 공기업들에 팔수 있는 자산은 모두 매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실제 윤 장관도 "(자산을 매각하는 데) 우량 자산과 비우량 자산을 구분해야 하느냐"며
'□□대는 삼성총장인재에 ○○명이 배정됐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에 □□대가 빠져 있습니다. 추가될 수 있도록 꼭 부탁드립니다.' 지난 주말 삼성그룹의 '대학총장 추천제' 할당인원과 관련한 기사를 출고한 직후 A 대학 관계자로부터 다급한 문자 1통을 받았다. A 대학에 할당된 인원 수가 빠졌으니, 꼭 반영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문자에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공문까지 첨부돼 있었다. 앞서 B 대학은 40여개 대학의 할당인원 통계 자료를 제공하면서, 자체적으로 배분율(정원 대비 인원 수)이란 지표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B 대학은 학생정원별 수치로 계산하면 좋은 배정을 받았다"며 "관련 기사를 작성한다면 이를 고려해 달라"고 했다. 대학별 할당인원 순위에서 B 대학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고 홍보하기 위해 통계를 재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삼성의 총장추천제가 대학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마치 할당인원 수가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등의 지표처럼 대학을 서열화하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제공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급히 카드를 교체했지만 나도 모른 채 내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다. 신속한 대책마련이 절실한데 정치권은 답답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26일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졌다며 국회 특위 구성과 국정조사 실시를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같은 날 "소리만 요란할 뿐 내실을 기하기 어렵다"며 이를 일축했다. 공방은 27일에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국가재난수준의 사태를 적당히 넘기려 한다"(김한길 대표)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책임추궁보다는 사태 수습이다. 정치공세 기회로 삼지 말라"(최경환 원내대표)고 되받았다. 여당은 정무위원회가 논의하도록 하자는 쪽이다. 법을 개정하자면 어차피 관련 상임위를 열어야 하는데 특위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 주장도 일리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재발하거나 더 나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특위나 국정조사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할 만
경영 전략가들은 '부정적인 소식일수록 시장에 빨리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맞을 매는 미리 맞고 투자자들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과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위기가 특히 많았다. 2대주주인 쉰들러가 유상증자에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들려오는 쉰들러의 소송 내용을 담느라 증권신고서를 여러 차례 수정해야 했다. 2대 주주의 반발은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은 쉰들러와 현대엘리베이터의 다툼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초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감사위원회에 사내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위원회가 실제로 소송에 나서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쉰들러가 직접 소송에 나서 기 전 일종의 사전 절차를 밟은 것이다. 쉰들러는 이후 7180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와 자진 정정을 포함해 모두
"원격의료 허용이나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처럼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아니잖아요? 결국 수가(진료를 받고 건강보험공단·환자들이 병원에 지급하는 비용)를 올려달라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빌미로 파업을 한다면 국민들이 의사들을 돌아설 겁니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고 있는 병원 집단휴진에 의사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의협은 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3월3일까지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의협은 의사들이 원가 이하로 진료를 하고 있는 만큼 이를 현실화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의사들의 적정연봉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전문의의 평균 연봉으로 9200만원은 적다"며 "현 수가는 원가의 70%에
"과연 카드 사태의 마무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카드3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바라보며 한 금융사 직원에게 건넨 질문이다. 그는 "윗분들이 옷을 벗겠죠. 어느 선까지, 몇 분이나 벗을지가 관건입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대로 카드사태의 결론은 금융권 '윗분'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으로 귀결될 것이다. 우선 카드3사 수장을 비롯한 금융사 임원들은 대거 사퇴 또는 사의를 밝히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일부 금융사 안에선 누가 옷을 최종적으로 물러나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전임 최고경영자(CEO) 때 벌어진 일인데, 현 CEO는 억울하지 않나", "금융지주사도 문제다, 아니다 카드사만 문제다", "IT 담당이 책임져야지, 다른 임원들은 무슨 죄인가" 등의 말들이 무성하다. 정부의 책임론에 대한 침묵도 아이러니하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유출정보 공개로 국민의 분노가 폭등한 후에야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18~19일 사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