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393 건
이건 기적이다. 48년 동안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차례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팀, 변변한 월드스타 하나 없는 팀, 다른 모든 팀들이 내심 1승의 제물로 삼으려고 했던 한국 축구팀이 축구 강국들을 연파하며 8강에 진출한 것은 세계를 화들짝 놀래킨 대이변이었다. 이탈리아와의 극적인 경기 직후 AFP통신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승리"였다고 타전했고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팀이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흥분했다. 기적은 삼위일체가 빚은 운명이었다. 지략과 리더십을 갖춘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가야 하는 지를 아는 눈밝음을 가지고 있었다. 피나는 훈련으로 체력을 다지고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정신력으로 무장한 선수들은 최후의 한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불살랐다. 경기장과 거리를 가득메운 응원단의 기는 한국팀의 경기를 지배하는 마법이 되었다. 모두의 승리였다. 한국 축구는 한국의 역사를 닮았다. 월드컵 도전과 좌절의 여정은 애
여의도에 `16강 기원 대장군' 장승이 있다. 증권거래소 앞마당에, 선물대장군과 옵션대장군 사이에 축구공을 들고 떡하니 서있다. 증권사 빌딩마다 `필승 코리아' 문구를 담은 대형 플랭카드가 나부낀다. 나라 전체가 떠들썩거리는데 여의도라고 예외가 아니다. 아침 출근길부터 아예 빨간티의 물결이다. 당연히 사내 복장규정에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붉은 악마 티에 이 규정을 들이대는 꽉막힌 증권사는 없다. 아니 객장에서 빨간 티를 입고 영업을 하라고 나서는 판이다. 모 증권사는 강당에 모여 월드컵 경기를 보기위해 대형 TV를 새로 장만했단다. 장사는 아예 뒷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사할 대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투자자들의 마음은 월드컵에 가있다. 지난 17일 거래소시장 거래대금이 2조원을 밑돌며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연중최저였다. 이탈리아와의 한판승부가 있는 18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거래대금은 2조원을 가까스로 턱걸이하는 정도에 그쳤다. 지수는 800대 초반에서
재정경제부가 무려 25년만에 보험업법을 고치겠다며 개정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우체국이나 농협 등 공제부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처럼 보험업계 입장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대목도 없지는 않다. 보험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선 보험업의 신규진입을 너무 쉽게 했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한 기획부장은 "신규진입이 쉽다는 것은 퇴출도 쉽다는 얘기다. 담보력 등은 기존과 똑같이 하면서 신규진입 문턱을 낮춘다면 파산하는 회사도 많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보험사가 안아야 된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보험사가 파산하면 예금자보호법상 보장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의무보험 피해자의 손해를 손보협회로 하여금 전액 지급보장토록 하겠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보험업계의 불만이 적지않다. 보험사가 파산하면 같은 보험업계가 책임지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교차판매 허용에 대해서도 '빈익빈 부익부
세계 금융가에서 보기드문 진귀한 장면이 일본 의회에서 지난 12일 연출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국가 위험 부문 담당 부사장 겸 선임 애널리스트인 토마스 바이른이 중의원(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 일본의 엔화표시 채권등급을 왜 'Aa3'에서 'A2'로 두단계 내렸는 지를 설명한 것이다. 바이른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의 핵심은 특정 국가의 부채 수준"이라며 "일본은 전후 가장 많은 수준의 부채가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달하는 부채가 위험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등급하향 이유였다. 그는 약 3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곧바로 의회에서 빠져나갔다. 그의 모습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타전된 뒤 세계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우스꽝스럽다'는 말로 일갈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일본의 등급조정'이라는 사설에서 스탠더드 앤 푸어스(Stand & Poors)를 '비열한(poor) S&P'로, 무디스(Moodys)를 '변덕쟁
국내 전산업에 걸친 재해는 해마다 줄고 있는 반면 건설재해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침체됐던 건설경기가 호전된데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설 재해는 다른 분야의 산업재해와는 달리 대부분 사망 또는 중상이기 때문에 재해예방대책이 어느 산업보다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가 재해 예방을 거스르는 시책을 추진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그동안 재해가 많은 업체들에게 공공공사 입찰 때 감점(-2점)을 줘 입찰을 제한하던 재해율 감점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공공공사 입찰에서 1점은 낙찰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하다. 그래서 재해율이 높은 업체들은 "재해를 제대로 신고한 업체는 1년 동안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해 매출이 줄고 재해를 은폐하는 업체들은 입찰에서 우대받고 있다"며 이 제도의 폐지를 끈질기게 건교부에 요청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에 건교부가 재해율 감점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제시한 논리적 근거가 이들 업체
대한생명 인수를 희망한 마지막 협상자인 한화가 국제 관행을 무시한 정부의 무원칙적인 행위가 계속될 경우 대한생명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지난 3년간의 정부의 매각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재계는 한화의`대한생명 인수 전담팀 해체'를 두고 다소 의외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심정적으로 한화의 결정에 동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지난 3년동안 대한생명 인수를 통해 그룹의 성장축을 금융업으로 전환함으로써 그룹 제 2 도약의 발판을 삼는다는 야심찬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 한화는 이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클린 컴퍼니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깨끗한 기업 이미지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대한생명 인수 전담팀까지 구성하며 최종적인 인수대금 합의안까지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는 3조5500억원이란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이 1조원에 매각된다는 `헐값 매각'논란이 일어나자 기존 방향을 바꿔 `매각대금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해외 유수기업과 전략적 제휴없이 독자생존은 어렵다" 줄곧 하이닉스 매각론을 주장해온 진 념 당시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 4월 어느 조찬모임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후 입장을 바꿨다. 지난달 31일 진 경기지사 후보는 출마지역인 경기도 이천 소재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영진, 노조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하이닉스의 '자력 회생' 원칙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달 보름여 사이 하이닉스반도체에 경천동지할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던가. 아니다. 변한 것은 진 념 '부총리'가 진 념 '후보'가 된 것 말고는 없다. 지난 6일 어느 TV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진 념 부총리 후임인 전윤철 부총리는 여전히 "하이닉스반도체는 매각 외에 대안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런 가정을 해 보자. 여전히 진념 후보가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전윤철 부총리가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섰다고 말이다. 실제로 전윤철 부총리는 한동한 정치권에서 민주
현대증권은 8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장충체육관에서 기념행사를 치렀다. 이날 창립행사는 1, 2부로 나뉘어 1부에선 통상적인 행사처럼 비전 선포 및 우수직원 표창 등 공식 기념식이 진행됐다. 오후에 계속된 2부 `단합의 시간` 행사에서는 손범수, 김승현 등 유명 MC가 진행을 맡아 부, 점별 장기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간의 단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지방에서도 직원들이 올라와 2,000여명 넘게 대부분의 직원들이 참석했다. 현대증권의 직원들로선 모처럼 갖는 흥겨운 자리였으리라. 40년의 긴 역사 속에서 최근 들어 특히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고 그에 따라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회사를 지배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몇년 전의 바이 코리아 돌풍과 곧이은 현대그룹 분해과정에서의 손실, 해외매각 추진과 좌절, 재추진. 바로 1주일전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경영진은 참석한 소액주주들의 이유있는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현대중공업 소송과 관련해 963억원의 특별손실이 발생, 1336
주식·채권·외환등 금융시장은 기본적으로 수급에 의해 움직이지만 시장 흐름에 못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정책당국자의 발언이다. 특히 고위당국자들의 한마디는 시장을 출렁이게 한다.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재정경제부등 경제부처 장관들의 금리 발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을 책임지는 당국이 있는데 왜 여기저기서 어줍은 훈수를 해 시장을 헷갈리게 하느냐는 것이다. 박 승 한은 총재는 취임후 금리에 대한 정책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해 채권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높였다. 엇갈리는 경기 전망속에서 콜금리를 올려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고무되어서일까. 박 총재의 발언 영역이 외환시장까지 확대됐다. 재임중 국회 답변이나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정책은 재경부 소관이라 말할수 없다'고 초지일관했던 전임 총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 총재는 지난달 29일 "최근 원화 강세는 원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혀 반등하던 원화 환율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정부의 정책에는 현실에 근거한 확실한 정책목표가 있어야 한다. 건설교통부가 2000년 3월부터 추진해온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은 정책목표가 불확실한 사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건교부는 공사물량 확대를 요구하는 건설업체들에 신수요 창출이라는 당근을 안겨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특히 중소기업 위주의 시장구도에 대기업을 인위적으로 끼워 넣으려는 의도가 깔렸다. 이런 의도는 사업규모 확대로 표면화됐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정도의 사업 규모론 대기업의 입맛을 자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용어가 기본 골조만 남기고 건물을 완전히 뜯어 고치는 `전면 개보수'다. 이 경우 건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 재료의 80% 이상을 교체해야 한다. 자원의 재활용이나 사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자는 본래 취지와 거리가 있다. 재산증식 효과는 재건축보다 처지는데 반해 비싼 건축비용을 들여야 하는 입주민 역시 고개를 가로젖는다. 시장의 한축인 입주민들의 정서를
200억원짜리 회사 주식을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에 살 수 있을까? 우문(愚問)같이 들리지만 답은 '예스'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나 같은 서민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한국에서 손꼽히는 재벌의 자제 정도가 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꿈같은 일이 대기업과 주식시장의 손발이 착착 맞아 벌어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전무(33)는 지난해 10월 '본텍'(구 기아전자)이라는 기아차 협력회사의 지분 30%를 15억원에 샀다. 물론 액면가 5000원에 사들인 것이다. 이후 본텍은 기아차 이외에 현대차 물량도 대폭 납품 받는다는 보장을 받았다. 본텍이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기술력은 뒤지지만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 물량을 2003년까지 모두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준 것이다. 그리고 나서 현대모비스는 이달 중 본텍 인수를 확정짓는다고 한다. 본텍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의 상태에 있는 업계 2위에 불과했으나 이같은 물량 확대조치로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말도 믿을수 없다면 뭘 보고 투자하라는 말입니까" 동양종금증권 주주라고 밝힌 한 소액투자자의 하소연이다. 3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이고, 배당도 할 것이라는 말에 동양종금증권 주식을 샀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회사측의 발표는 162억원 적자에 배당도 못한다는 것이다.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한데다 종금과의 합병으로 발생한 508억원 규모의 영업권 상각에 따라 적자를 내게됐다'는게 회사측 설명이었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6일. 박중진 동양종금증권 대표이사는 종금과의 합병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는 엄격한 회계기준때문에 배당을 못했지만 올해는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배당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금과의 합병, 엄격한 회계기준'은 흑자와 배당을 약속했던 5개월 전에도 이미 충분히 고려했던 사안인 것이다. 지난달 21일에는 "순익이 200억원으로 줄게됐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이 조차도 불과 열흘만에 '거짓'이 되고 말았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