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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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 이래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갖춘 미국은 지금 오만하다. 미 테러사태 직후만해도 국제적 협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미국은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철강전쟁의 불씨를 태연히 지피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끈하자 미국은 오히려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가운데 불똥은 한국 등 변방의 철강수출국에 떨어질 기미가 완연하다. 당대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꼽히는 뉴욕타임스의 토마스 프리드만은 "냉전 이후의 새로운 세계질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고 단정하며 이에 순응하는 자는 흥하지만 이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은 도태되고 만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화라는 시대적 담론을 때로 타국에 설득과 압력의 무기로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IMF사태 이후 많은 부분을 개선했거만 걸핏하면 글로벌화가 덜 되었다는 핀잔을 미국의 유명 언론과
“5조원의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전후해 우리 금융기관에 투자한 지분의 평가이익이 5조원대를 넘고 이들이 지금 이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들의 천문학적인 투자이익에 배아파할 필요는 없다. IMF 직후 너도나도 주식시장을 떠날 때 오히려 주식을 매수해 지금 엄청난 차익을 실현한 개인투자자가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탁월한 투자감각을 지닌 사람'이라며 박수를 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분매각 움직임이 우리에게 허탈함을 남기는 이유는 5조원의 대가로 우리 손에 남겨진 것이 별로 없다는 뒤늦은 아쉬움에서 기인한다. IMF이전 국내 최대은행 중 하나로 꼽히던 제일은행이 뉴브리지 캐피털로 5000억원에 넘어가던 98년 12월, 뉴브리지와 정부는 선진금융기법의 이식으로 거래를 포장했었다. 지금 제일은행을 선진은행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옛 국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증권거래소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상장 폐지 관련 규정에 예외를 두어 제일은행의 상장 폐지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거래소는 제일은행에 대한 예외 적용에 반대했지만 정부당국의 완력에 어쩔 수 없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거래소 이사회 결정의 핵심은 정부가 주요 주주면서 금융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상장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상장 폐지 규정의 주식분산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일 때만 예외를 적용해 오던 규정을 개정해 뉴브리지캐피털이 5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제일은행을 연명시켜준 셈이다. 그러나 이는 증시의 건전성 확대를 위해 퇴출기준을 강화하는 이른바 `서든데스' 조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다. 같은 날 증권거래소는 `서든데스' 제도의 적용으로 23일까지 26개 기업이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한국의 벤처세태는 4자성어로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이고, 가요로는 '돌고 돌고 돌고'(전인권)가 정답이다. '뜨다가 지다가, 웃다가 울다가, 뛰다가 멎다가…'를 끝없이 반복하는 꼴이다. 봄맞이 새 벤처드라마의 주역은 '펀드'. 이 펀드는 2년전 봄에는 인기 '짱'이었는데, 이번엔 천덕꾸러기 얼굴로 등장했다. 애물로 전락한 것이다. 요즘 벤처 관련 각종 펀드(투자조합)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옵셔널벤처스의 거액횡령 혐의가 불거지면서 그 불똥이 다른 벤처펀드로 튀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출자한 58개 벤처캐피털 투자조합들에 대해 중진공이 거래내역을 조사중이다. 봇물을 이루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펀드 역시 'CRC 조합이 대주주인 경우 기업공개(IPO)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코스닥위원회의 심의결과가 최근 나오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때문에 벤처캐피털업계 사람들은 초봄의 온풍에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2년여 벤처캐피털은 갖가지 펀드를 양산해냈다. 구조조정펀드,인터넷펀
"아내조차 내가 틀렸다고 하더군요." 스티븐 로치 모간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콘퍼런스를 이같은 '푸념'과 함께 시작했다. 로치는 "99.9%가 동의하지 않는 자신의 비관론"을 소개하는 강연 중간 중간에 '외로운'(standing alone), '미친'(crazy)과 같은 단어를 사용, 상당부분을 비관론자의 고충을 털어 놓는데 할애했다. 사실 비관론자는 증시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일단 쓴소리는 듣기 싫은 게 사람심리고 주가가 올라야 매출도 증가하는 증권계의 실적구조를 살펴봐도 비관론은 잘해야 본전치기일 정도다. 월가에서도 애비 조셉 코언 등 강세론자들은 예측의 정확성에 상관없이 여전히 명사대접을 받는 반면 2000년 반도체경기 침체를 가장 먼저 예견한 애널리스트가 암살위협마저 받았다는 현실에 비춰봐도 비관론자의 운명은 원래부터 '미운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비관적인 전망을 빗댄 '더블 딥'(이중하강) 춤을 춰보라는 동료의 조롱을 듣기도 하고 아내조차 자신을
"환영할 수도, 그렇다고 반발할 수도 없는 그런 인사로 생각됩니다."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19일 박 승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내정되자 한국은행 직원들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한국은행 직원들은 내심 한은 임원 출신인 류시열 은행연합회장 등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총재로 오길 바랐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한은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승 내정자도 한은맨이지만 근무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다 주요 경력이 교수,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등이기 때문에 선호도에서 밀리는 편이었다. 더구나 재경부가 박 위원장을 총재 후보로 적극적으로 미는 것으로 알려지자 한은 내부에서는 정부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이같은 비판여론 때문인지 정부는 이날 전격적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박 승씨를 총재로 내정했다. 당초 한은 총재 임명을 위한 국무회의는 다음주쯤 열릴 예정이었다. 정부의 의지대로 한은 총재
JP모간이 중남미펀드 원리금 상환소송에서 '한 입으로 두말하기'로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JP모간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조정에 대해 대한투신과의 소송에서는 '신용사건(Credit Event) 발생'이라는 이유로 원리금 상환을 거부했다. 그러나 외국계 2개 헷지펀드와의 소송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은 신용사건 발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채권전문 잡지인 IFR(International Financing Review)는 최근호에서 "JP모간의 이런 태도를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보도했다. JP모간이 이처럼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중 잣대를 들이댄 이유는 대한투신과 맺은 계약의 내용이 외국계 헷지펀드와 맺은 것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체결된 대한투신과의 스왑계약 조건은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한투신이 투자한 원금을 돌려주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Eternity 및 HBK 등 두 헷지펀드와 계약을 하면서는 채권발행 국가의 디
진 념 경제 부총리가 13일 하이닉스 소액주주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진 부총리는 이날 증권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 들어서다 `하이닉스 해외매각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던 한 소액주주의 돌출행동으로 봉변을 당했다. 진 부총리는 뜻밖 봉변에 흥분한 탓인지 하이닉스 문제와 관련해 매우 부적절한 비유를 해 간담회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진 부총리는 하이닉스 회생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을 받고는 "한두달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독자생존을 주장할 수는 없다"면서 "대우자동차도 영업이익이 나고 있고 한보도 예전에 이익이 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해외매각 불가피론을 강조하려는 부총리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부총리의 비유는 너무 지나쳤다. 매각을 위해 국제간 협상이 진행중인 기업을 외환위기를 부른 결정적 계기가 된 한보나 분식회계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우자동차에 빗댈 이유가 무엇인가? 시집 보낼 딸을 결혼에 실패한 이웃 처녀에 비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