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 초대석]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백승헌 회장

-민변 창립 20주년 "보다 책임감있는 조직 돼야"
-"로스쿨 고비용 구조로 가면 문제"
-"민주화는 과정의 문제..민주주의 외연 넓히는데 기여해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지난달 30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최근 정기총회에서 8대 회장으로 유임된 백승헌 회장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백승헌 회장은 민변 창립 20주년을 맞아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모임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외연을 넓히는 것에 민변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극화 해소 문제 등도 헌법적 기준으로 보면 사회권적 성격을 띤다"며 "이런 부분에 민변이 집중하고 또는 관심을 가져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 회장은 "참여정부 시기 정치권과 비판적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때 민변 회원이셨고 참여정부 또는 그 정당에 민변의 많은 회원들이 관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민변이 20년간 4번을 농성했는데 마지막 농성이 한미FTA 졸속협상 문제였다"며 "민변은 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또 정치권력 뿐 아니라 스스로 권력화되는 것에 대한 자기절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변 창립 20주년이다. 백 회장께서는 초창기부터 헌신적으로 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20년이면 약관의 세월인데 소감을 말해 달라.
▶민변의 20년은 우리사회 민주화의 20년과 맞닿아 있다. 단순한 시간으로서의 20년이 아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청년이됐다기보다는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사회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민주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1988년에 정법회 창립회원이 됐다. 87년 6월 당시 변호사들이 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시청앞까지 행진한적 있었는데 그곳에서 인권변론을 오랫동안 해 온 선배들을 알게된 것을 계기로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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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눈물 흘린적 있나
▶법률가라면 감성이 메마를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같이 일해 온 황인철, 조영래 변호사님이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사람들이 고통받거나 심지어 분신하는 일을 겪을 때마다 가슴으로 아파하는 감성적 부분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다.
-최근 양극화, 계층간 불화 등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민변의 '민주사회'라는 표현 보다는 다른 단어를 찾아 그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으려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민주화'는 과정의 문제로 이해한다. 민주사회라는 것은 초기 단계의 '도입' 뿐 아니라 이를 성숙하게 해야 할 과제가 있다. 민변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착근되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정치적 민주화에 집중했다.
현재는 민주주의의 외연을 넓히는 데 민변이 기여할 때라고 생각한다. 양극화 해소 문제 등도 헌법적 기준으로 보면 사회권적 성격을 띤다. 사회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면 민주사회가 아니다. 이런 부분에 민변이 집중하고 또는 관심을 가져야한다.
-사회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며 보수화로 가고 있다. 민변의 사회적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할 것 같은데.
▶지난 20년간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 정치권력이 전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일정부분 영역별로 의제를 분점하는 사회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력의 향배만을 기준으로 사회의 보수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어떤 영역의 보수화를 다른 영역의 보수화로 추정하는 것은 단견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적일 수 있듯 보수라는 관점도 다양해져야 한다.
-민변 내부의 고민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고민은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유연화의 문제라면 그 규정화가 또다른 '딱딱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켜야할 가치가 무엇이고 변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그 사이의 간극을 없애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이 민변의 화두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바꾸는 것만은 능사는 아니다.
민변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그것을 성찰해야하고 비판받는 점이 있다면 그 또한 고쳐나갈 수 있도로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570명을 넘은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모아나갈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문제 등 사회적 갈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쇠고기 문제는 초기 협상 과정이나 검역주권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민간 소통이 되지 않은 것으로 시작됐다.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서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보수정권이고 노무현 정부가 진보정권이라는 데는 논란이 있지만 국민과의 소통 부재에 대한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는 비민주적 사회이다.
-우리사회가 다민족화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베트탐 등 동남아 신부들이 등장하는 등 자칫 사회문제화 될 수도 있다.
▶다민족 사회는 이미 현실이 됐다. 우리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면 이들은 우리사회의 일부가 된 것이다.
다민족 사회를 경험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성숙되지 않은 채 다민족사회가 다가오면 또 다른 갈등문제 있을 것이다. 민변 뿐 아니라 우리사회가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 로스쿨 어떻게 생각하나.
▶ 강점이 있는 제도라고 보지만 우리사회에 적용하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상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도입과정 이상의 관심과 비판이 필요하다.
옛말에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는데 우리의 로스쿨제도는 자칫하면 기존의 사법시험 이상의 문제가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스쿨이 고비용구조로 운용된다든지, 학문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든지 등의 문제점을 드러낼 우려도 크다. 여전히 높은 경쟁률, 계층간의 격차 확대를 가져 올 가능성도 주의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로스쿨 인원배정 논란이 많았지만 배정수를 보면 기존 대학의 서열이 그대로 반복됐다. 로스쿨 통해 학교 서열을 불식시킨다는 게 주요 목적이었는데 이 부분 실패한 것 아니냐.
▶이미 가인가 과정에서 기존의 서열구조를 고착화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따르면 어느대학 로스쿨 나와도 로스쿨 출신자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입학당시부터 서열이 정해진다면 로스쿨 제도 도입의 목표와는 벗어난 것이다.
-삼성특검 수사와 관련, 민변이 지나치게 원칙론에 매달려 경제현실을 간과한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경제의 성숙에는 무엇보다 시장이 투명해야한다. 시장이 투명해지지 않고 경제적 선진화를 이룬 국가가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사회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처음부터 투명성이 주어지진 않았다. 삼성으로서는 특검수사는 이러한 기업의 투명성을 올릴수 있는 중대한 계기였다. 우리는 그동안 이같은 환부를 덮어왔다.
엑스파일, 이번 특검 조사등 삼성과 관련한 문제가 연이어 터져나온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환부를 소독하고 치료하는 방식이 아닌 상처를 덮어두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환부가 드러난 이상 고통이 따르더라도 고름을 째서 해결할 문제다. 이것이 상처가 뼈까지 침범하여 우리사회의 근간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해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민변이 진보정권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때 민변 회원이었고 참여정부 또는 그 정당에 민변의 많은 회원들이 관여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민변은 그와 별개로 민변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하여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민변은 노 대통령 초기 파병문제와 부안방폐장 문제에 각을 세웠다. 민변이 가장 강력한 비판방식으로 20년간 4번을 농성했는데 마지막 농성이 지난 한미FTA 졸속협상 문제였다.
민변은 앞으로도 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하고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이 부분에 국민의 비판이 있다면 삼가하고 또 삼가할 것이다.
민변은 스스로 권력화되는 것에 대한 자기절제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 법은 약자의 편인가 강자의 편인가.
▶거꾸로 말하면 법이 옳은가 옳은 것이 법인가라는 질문과 궤를 같이 하는 질문일 것이다. 상호 교환적인 문제다. 법이 선험적으로 항상 옳다는 것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모든 법이 선할 수 있다고 함부로 말하기도 어렵다.
법은 옳은 것을 지향하지만 이익을 지향할 수도 있다. 이는 균형의 문제이도 한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는다 했을때 이것이 옳고 그른가는 입장의 문제일 수 있다. 결국 법이 옳아지려면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