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어회화 전문강사에 '희망'을

[기자수첩]영어회화 전문강사에 '희망'을

최중혁 기자
2009.06.18 11:19

이달 초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별로 실시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모집 접수 마감 결과 4228명 정원에 4543명만이 지원, 1.07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초등학교는 그나마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했지만, 중·고교는 0.93대 1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는 현 정부가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 온 사업으로, 이같은 결과에 정부 당국자들은 상당히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도 잘 파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예비교사 대부분이 오는 10월 있을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전국의 영어 정규교사 채용인원은 585명으로, 올해도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모집인원은 정규교사 채용인원의 7배가 넘지만 예비교사들은 넓은 문을 놔두고 한사코 좁은 문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비정규직이다. 경력이 쌓여도 급여(연봉 2600만원 수준)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교과부는 기간제 교사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해 한 학교에서 4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나마도 법 개정 작업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다. 이런 조건 하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예비교사들이 외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정부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데 대해 일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한번 정규 교사가 되면 그 흔한 평가조차없이 영원히 직위가 보장된다.

공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교사들의 변화와 노력이 필수적임에도 현행 제도 아래서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일반 회사원처럼 정리될 수 있다는 신호로 비정규직만큼 좋은 제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채찍말고 당근도 필요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높이 평가하는 교사의 경우 정규직 전환은 물론 급여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희망 없이 평생 비정규직으로만 살라고 하면 너무 비참하다. 소기의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교원단체의 태도도 좀 더 대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익집단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더라도 지나친 기득권 유지 노력은 내 자녀를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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