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1부>"안전은 투자다"]<1-1>연안여객선
- "노후선박 위험" 정부 알고도…
- 예산 사각…'위험한 항해' 방치

"연안여객선 선령 △16~20년 56척 △11~15년 44척 △21년 이상 25척. 10년 이하의 선박수 41척에 불과(2010년 기준). 이들 노후 선박은 해상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관련기획 3면
세월호 참사 사고가 발생하기 1년9개월전인 2012년 7월, 한국 해양수산개발원(KMI)이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연안여객운송산업 장기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 가운데 한 대목이다.
312쪽 짜리인 보고서는 '해운산업 장기발전계획' 수립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보고서는 특히 선박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현대화, 대형화, 고속화'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안여객선 중 20년 이상된 선박의 대체에 필요한 선박건조비를 2012년 당시 4383억원으로, 2022년에는 1조3028억원으로 각각 추산하고 '안전'을 위한 '투자'를 제언했다.
새로운 배로 교체할 자금여력있는 연안여객선사가 많지 않아 △공유선박건조제 도입 △연안선박건조지원기구 설립 △연안선 전용 선박투자펀드 조성 등을 건의했다.
낙도보조항로 및 운항선박, 연안여객선터미널 등은 국민의 기본권인 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공공재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관리할 '(가칭)연안여객운송관리공단' 설립도 건의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공유선박건조제를 비롯한 핵심사안들 대부분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예산배정을 못받아서다. '사고' 우려가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대안까지 내놓았지만 정작 정부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셈이다.
전형진 KMI 연구원은 "선박공유제나 우수선원 확보를 하려면 비용이 필요함에도, 예산당국(기획재정부)과 재정확보 협의가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교통의 경우 버스나 택시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이 아니어서 항상 밀렸고 정치인들도 해상교통보다는 육상교통에 더 신경쓰는 등 정치적 측면에서 소외받은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격이 됐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해상교통 안전에 대해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연안에서 이동과 관광 목적의 여객선 이용객은 연간 27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안전'을 더이상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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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뒤늦게서야 '선박공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민간과 국가가 선박 건조비를 절반씩 부담해 배를 만든 뒤 민간은 선박 소유권과 운영권을 갖고 국가에 건조비를 장기간에 걸쳐 갚는 제도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모임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노후한 연안여객선의 현대화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박공유제 △연안여객선 공영제 △연안여객선 교체를 위한 저리 정책자금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학계에서도 공영제나 준공영제가 근본적 해법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연안여객선사의 운영을 개인사업자가 할 경우 안전보다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반복해서 법망을 피해가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창균 목포해양대 국제해사과학부 교수는 "가장 근원적 해결책은 공영제이지만 예산 부담이 높아 준공영제 도입이 현실적"이라며 "이를 통해 여객선사가 대형화되면 우수한 선원들도 많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공영제나 준공영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캐나다는 취약항로에 공기업 형태의 선사를 직접 운영하거나 연방 정부 소유의 선박과 터미널을 민간 운항업체에 위탁해 운항하기도 하고 유지보수에 대한 재정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공영제 혹은 준공영제를 지역별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객터미널 관리, 낙도보조항로 구조개편과 활성화, 도시민 운임할인 제도 등 많은 부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활발하다.
관건은 역시 예산이다. 국회 경제산업조사실 김진수 입법조사관은 정진후 의원실에 낸 입법조사 회답에서 이처럼 국가 시범사업으로 관련사업 등의 진행을 검토해 볼 수 있겠으나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예산"이라고 밝혔다.
김 조사관은 "특히 시행 초기에 사업자에 대한 사업권 보상, 선박구입, 터미널, 기항지 등 시설확보 등에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영제 등을 통한 해상교통체계의 유지를 위해선 안정적 재정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연안 여객선 안전관리 감독 체계의 전면적인 혁신이다. 이 역시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해수부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항공 안전감독체계를 벤치마킹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준비하고 항공안전감독관제와 유사한 여객선 안전감독관제도 1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박안전 관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인 국내 외항해운업에 준하는 강도높은 관리감독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외항해운은 지난해 5월 깐깐한 미국 해안경비대(USCG) 주관 선박안전관리 평가에서 안전관리 최우수국 지위를 받았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사고 예방의 핵심은 안전교육이고 이는 투자와 비용이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연안여객선에도 외항 해운업만큼의 관리감독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