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사건 관련 내용 없다"던 경찰, 은폐 의혹도 불거져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45)의 유족이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사건에 개입한 듯한 내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최 경위의 유족은 14일 서울 명일동 성당에서 유서 14쪽 중 8쪽 분량을 공개했다. 유서는 △지인 △ '국정농단' 파문에 연루된 기자 △같은 혐의를 받는 경찰 △ 언론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됐다.
◇ 숨진 최 경위, 유서에 "민정에서 제의 들어오면…"
유서에서 최 경위는 같은 혐의를 받고 있던 한모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썼다. 정권 차원에서 한 경위를 회유하려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한 경위)와 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은 한 경위와 최 경위 사이에 민정비서관실 때문에 비롯된 모종의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최 경위의 친형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유서 내용에 보면 (청와대에서) 회유를 시도한 팩트가 있다"며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가면서 세상 떠났기에 여러분들에게 세상에 알려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의혹에 대해 "문건 유출을 인정하면 처벌을 최소화 하고 그 이외는 불문에 붙이겠다는 내용 아니겠나"라며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한 경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한 경위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유출' 사건과 관련해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48)이 보관하던 문건을 빼돌린 혐의로 최 경위와 함께 검찰에 체포됐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 "사건관련 내용없다"던 경찰…은폐 의혹도
경찰은 전날 최 경위의 시신 발견 직후 "유서 분량이 3~4쪽에 불과하다"거나 "문건 유출 관련 내용이나 사건과 관련해 억울하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으나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 경위는 유서에 "BH의 국정농단은 저와 상관없다", "세상의 멸시와 경멸은 참을 수 있으나 진실은…" "저널리즘이 언론인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밝혀 사건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고 자신은 무관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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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유서를 감식반이 가지고 있다 보니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족은 "경찰이 유서가 몇 장인지에 대해 말이 달라지고 있다"며 경찰에 유서 복사를 요청해 전문을 넘겨받아 언론에 공개했다.
최 경위의 형 최요한(56)씨는 "경찰에서는 우리가 유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우리는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다"며 진실 규명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