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글부글 촛불민심, 마지노선 무너지나

[기자수첩]부글부글 촛불민심, 마지노선 무너지나

김평화 기자
2016.11.17 04:50

청와대, 정면돌파 의지에 심상찮은 촛불민심…최악의 비극 막아야

"평화시위여서 대통령이 위협을 느끼지 못하나, 이런 생각마저 든다" (30대 직장인 김모씨)

촛불민심이 심상찮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변호인을 통해 검찰 조사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평화적 100만 촛불시위에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했다는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절제된 분노, 성숙한 의식으로 외신들도 놀란 평화 집회를 성사시켰던 시민들은 대통령의 대답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소수의견 정도로 제기됐던 평화시위 무용론이 자칫 확산될 수도 있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만난 상당수의 일반 시민들이 "대통령이 버틴다면 저항수단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장 인터넷 댓글부터 험악해지고 있다. 16일 최순실 사태에 불만을 품고 대검찰청을 굴삭기로 돌진한 남성이 기소됐다는 기사에는 "당장 풀어주라"와 같은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엄연히 현행법을 위반했고 죄 없는 청사 경비원의 목숨까지 위협한 '범죄'였지만 "내 심정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댓글이 주류를 이룬다. 이미 심정적으로는 폭력시위를 골백번도 더한 게 지금의 민심이다.

한번 임계치를 넘어버린 민심은 걷잡을 수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심지어 총칼로 억누른다고 해도 역사의 물길을 돌리기는 어렵다. 4·19 혁명 때는 경무대 앞에서 총을 쐈지만 오히려 시위대는 들불같이 불어났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전국 곳곳에서 파출소와 경찰서가 불탔고 전두환 정권은 계엄령까지 검토했지만 결국 시민들이 이겼다.

만약 초대형 촛불집회가 어느 순간 폭력시위로 번진다면 혼란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인명 피해는 물론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계산하기조차 힘들다. 폭력·비폭력 논쟁이 촉발되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다.

시민들은 충분히 인내하고 있다. 인내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은 철저한 검찰 조사 수용 등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촛불의 목소리에 보다 성실히 답해야 한다. 청와대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일단 폭력시위로 바뀌면 최악의 비극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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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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