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만분의 1' 확률 그리고 경찰

[기자수첩]'5만분의 1' 확률 그리고 경찰

김훈남 기자
2016.12.12 06:54

'120만7000명 중 24명'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10월29일 첫 촛불집회부터 10일 7번째 촛불집회까지 경찰 집계 기준으로 120만7000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채웠다. 이중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단 24명이다.

첫 집회와 지난달 12일 민중총궐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집회 5번은 연행자가 없었다. 북한산을 넘어 청와대로 향하다 훈방된 시민 4명과 3일 집회에서 잠시 격리된 3명을 더해도 31명에 불과하다.

약 5만분의 1. 연인원(전국 745만명)으로 봐야 정확하지만 경찰은 '치안수요' 파악이 목적이기 때문에 순간 최대인원만 센다. 경찰 기준으로 따지더라도 기적적인 확률이다. 혈연이 없는 사람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할 확률이거나 한쪽 팔이 없는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이라고 한다. 이 기적 같은 일을 시민들은 7주만에 연출했다.

유독 이 기적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집회 시위에 대응하는 경찰이다. 매주 주말 청와대 방향 행진신고에 대해 "율곡로 이남이 마지노선"이라며 어깃장을 놓는다. 법정싸움을 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주최 몫이다. 법원이 매번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나서야 경찰은 마지못해 차벽을 뒤로 물린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법원은 집회자유와 권한이 크다고 하는데 그건 법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가장 가깝게 접하는 법집행기관인 경찰의 총수가 법원의 해석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걷겠다고 한 셈이다.

"촛불집회 사안을 고려할 때 집회로 인한 교통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무색하다. 매번 행진금지 사유로 드는 것은 "교통혼잡과 안전사고 위험, 주거의 평온" 등이다. 신고제를 채택한 우리 집시법은 사실상 허가제에 가깝게 운영된다.

우리 헌법 제21조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제7조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정의했다.

경찰은 유독 청와대를 향한 집회시위 대응에 있어서는 국민의 봉사자임을 부정하고 헌법 위에 서려 드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헌법수호 의무를 저버린 탓에 탄핵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