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신종범죄의 습격 2부: 감옥 가도 남으니까…新작전의 세계]②'종이호랑이' 자본시장법

'종이호랑이'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이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 처벌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자본시장법에서 부당이득에 비례해 처벌하도록 규정했지만 정작 부당이득을 계산할 기준이 없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부당이득 규모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할 경우 범죄자에게는 최소한의 벌금만 부과된다.현재 '부당이득 산정 기준 신설'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미공개정보이용·부정 거래를 3대 불공정행위로 보고 금지한다. 이런 범죄가 큰 규모의 범죄수익을 노리고 일어나기 때문에 부당이득만큼 벌을 받도록 처벌 조항이 규정됐다.
벌칙 조항인 제443조는 시장교란 행위를 통해 불법 이익을 얻은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형량은 피고인의 부당이득에 비례한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벌금형의 경우 범행으로 얻은 이익의 3~5배로 계산한다.
징역형은 벌금형과 함께 선고된다. 벌금형을 따로 선고할 수 있지만 징역형 단독 선고는 불가능하다. 시장교란 범죄에서 관건은 불법 수익 박탈이라는 법의 취지를 보여준다. 같은 의도에서 몰수·추징도 필수로 규정했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임의로 이뤄지는 형법상 몰수·추징과 차이를 둔 것이다. 범죄수익을 국가가 회수하는 몰수가 원칙이되 대상자가 범죄수익을 그대로 갖고 있지 않아 불가피할 경우 수익에 상응하는 돈을 추징해야 한다.
문제는 벌금형 부과나 몰수 등의 전제를 정확한 부당이득의 산정으로 정하면서도 산정 방식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가에는 정부 정책, 시장환경, 전문가 전망 등 다양한 요소 등 범죄행위 아닌 제3의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주가조작 범죄 행위가 주가를 얼마나 올렸는지를 규명하기도 어렵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벌금액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벌금 5억원은 법이 정한 최저형이다. 부당이득액이 정확히 계산되지 않으면 법원은 '부당이득액수가 불명확한 경우 위반자에게 유리하게 산정한다'는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범죄자 입장에서는 가벼운 벌금형을 받거나 몰수·추징을 피하기 쉬운 여건인 셈이다. 법률에는 3대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도 없다. 법 의도와 달리 '범죄가 돈이 되는 환경'이 방치된다고 볼 수 있다. 부당이득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하는 것이 불공정거래 근절의 첫걸음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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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2018년 작성한 논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범죄의 부당이득 산정기준'에서 "불공정거래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액 규모를 정확히 계산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정 기준에 따라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도록 실제 수치에 보다 근접한 '추정 수치'를 계산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당이득 산정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박용진, 2020년 6월 발의)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제도를 새로 만드는 내용의 개정안(윤관석, 2020년 9월 발의)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박용진안의 골자는 부당이득액을 먼저 산정한 뒤 피고인이 시장가격 변동 등 정상적인 이득을 소명하면 산정한 부당이득액에서 차감해주는 내용이다.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피고인이 소명하지 못하는 만큼의 돈이 곧 부당이득액이 된다. 자본시장법상 가중제 처벌 조항도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관석안으로 과징금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되면 부당이득 환수 등 처벌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