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향하는 안동 산불…"학교도 직장도 닫았다" 주민 일상 '시계제로'

시내 향하는 안동 산불…"학교도 직장도 닫았다" 주민 일상 '시계제로'

이지현, 민수정 기자
2025.03.27 16:24
경북 의성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내가 산불 연기로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경북 의성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내가 산불 연기로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안동, 의성 등 경북 지역 주민들 일상이 산불로 사라졌다. 학교도 직장도 문을 닫았다. 일부 주민은 숨쉬는 것조차 어렵다. 연기 때문인지, 하루아침에 사라진 일상 때문인지 눈물을 보인 주민도 많았다.

27일 경상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경북지역은 대형 산불 피해 예방을 위해 대부분의 유·초·중·고·특수학교가 휴교에 돌입했다. 안동 시내 초등학교 다수가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한 대피소로 쓰이는 중이다. 수용인원을 훨씬 초과해 포화상태인 곳도 있다.

학교가 쉬면서 전날 전국에서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를 제때 치르지 못한 학생들도 생겼다. 경북 내 130개 고등학교 중 20곳이 전날 모의고사를 치르지 못했다. 이날 6곳이 임시로 시험을 치렀지만 성적표는 받지 못하는 건 나머지 14곳과 마찬가지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의 성적 처리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에 임시로 치른 시험 역시 학생들 실전 연습과 등급 확인 정도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시는 이날도 "불길이 시내 방면으로 확산 중"이라며 시민들에게 대피 문자를 보냈다.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안동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대피인원은 5350명에 이른다. 시설물 피해는 주택 952채, 창고 227채, 기타 93채다.

경북 안동시 용산동에 사는 유치원 교사 배모씨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일부 아이들은 집이 전소됐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며 "지금 당장 내가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친인척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남 일 같지 않다고 느낀다"고 했다.

비가 예고됐지만 산불을 끄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배씨는 "비 예보가 있어 기대했는데 전혀 오지 않고 있다"며 "전날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 눈이 따갑고 가슴이 많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등 모든 감각으로 산불 피해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시 옥동에 거주하는 A초등학교 교사 배지현씨도 "공기청정기를 두 대로 돌리고 있는데도 매캐한 냄새들은 계속 들어오고 있어 무용지물"이라면서 "친정집이나 지인들 피해가 극심한 걸 들으니 현실인가 싶어 울컥울컥한다"고 했다.

26일 의성 산불 화선이 경북 안동시 풍천면 안동하회마을인근으로 근접하자 산불 연무에 갇힌 하회마을 곳곳에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의성 산불 화선이 경북 안동시 풍천면 안동하회마을인근으로 근접하자 산불 연무에 갇힌 하회마을 곳곳에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길이 코앞까지 번졌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하회마을은 화재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어두컴컴해졌다고 한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대피했지만 건장한 주민 일부는 마을에 남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하회마을과 인접한 곳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안동 병산서원도 고비는 넘겼다. 앞서 병산서원 인근까지 전날 산불이 근접했단 소식이 있었지만, 다행히 두 문화유산 모두 피해는 없었다.

산불은 대구 시민도 깜짝 놀라게 했다. 앞서 전날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함박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다행히 이날 오전 진압됐다. 함박산 부근은 인근 주민들 나들이 장소로 유명하다.

화재장소 10분 거리에 사는 장모씨는 "불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걱정이 많이 됐다"면서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 경북이 고향인 사람이라 혼자 계신 부모님 걱정에 밤잠 설친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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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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