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를 너무 숙여도 힘들어. 적당히 비스듬하게 다녀야 덜 힘들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성북구 일명 '안골'로 불리는 보국문로29길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김모씨(61)가 알려준 연탄 운반 요령이다. 김씨는 연탄 봉사 18년차인 베테랑이다. 연탄 8장을 거뜬히 진 그는 "여기에 사시는 분들은 기름보일러가 없거나 너무 비싸니까 연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매년 봉사에 뿌듯한 마음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이날 '2025 성탄데이 연탄나눔활동'을 펼쳤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100명의 자원봉사자가 골목길을 누비며 17개 가구에 연탄 4000장을 전달했다. 재개발로 곳곳이 빈집인 거리에는 경쾌한 캐럴과 봉사자들의 웃음소리가 가득찼다.
봉사에 참여한 기자도 연탄 4개를 올린 지게를 멨다. 연탄을 떨어트릴까 노심초사하며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길을 나섰다. 북한산과 가까운 지역이라 처음엔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게를 지고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박순찬씨(43)는 12개의 연탄을 등에 지고도 재빠르게 마을을 누볐다. 이번 봉사가 41번째라는 박씨는 "운동하는 느낌도 있고 오면 기분이 늘 좋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님들도 많은데, 올해 태어난 아이와 함께 봉사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첫 연탄 봉사인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김나영씨(31)는 "연탄 봉사가 가장 다가가기 쉬운 (봉사 활동이라고) 생각해 참여했다"며 "경쟁이 치열해 30~40초 만에 마감돼서 겨우 신청했다"고 말했다. 최모씨(26)는 "쉬는 청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참여했다"고 했다.

어린이들도 봉사에 나섰다. 정연우양(12)은 중국 상하이에서 지내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 정양은 "엄마가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여기로 데려왔다"며 "봉사를 하면서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최연소 봉사자인 김이든군(5)은 두손으로 연탄 1개를 끌어안고 골목을 누볐다.
친구와 함께 봉사 현장을 찾은 학생들도 있다. 신재빈군(15)은 "친구들한테 같이 가자고 해서 오늘 봉사에 왔는데,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며 "오늘은 연탄 6개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9개까지 들 수 있게 됐다. 내년엔 더 많이 들고 싶다"고 말했다.

매년 찾아오는 봉사자들은 주민들에게도 반가운 손님이다. 권경자씨(76)는 "날도 추워지고 최근엔 허리를 다쳐서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졌다"며 "기름보일러만으로는 가격이 감당이 안 된다. 연탄을 직접 운반해주니까 편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날씨가 따뜻할 땐 농사 지은 작물을 팔아서 벌이가 나은 편인데, 겨울엔 수입이 거의 없고 추위도 있으니 더 힘겹다"며 "이렇게 연탄을 들고 찾아와주면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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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밥상공동체 간사는 "이 지역에는 퇴행성질환으로 연탄을 나르기 신체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며 "봉사를 통해 집에 있는 연탄창고까지 운반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연탄을 쓰실 수 있게 해드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