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학 축제가 콘서트장" 대포카메라 '찰칵'...빌린 학생증 들통도

[르포]"대학 축제가 콘서트장" 대포카메라 '찰칵'...빌린 학생증 들통도

김서현 기자
2026.05.30 06:41

[기획]대학 축제의 가격표⑤

[편집자주] 대학 축제가 바뀌고 있다. 주인공은 학생에서 '아이돌'로 재판된 지 오래다. 섭외 경쟁으로 수억원대로 뛴 섭외비를 메우기 위해 캠퍼스 곳곳은 기업 홍보 부스로 채워진다. 학생증 거래와 암표도 횡행하고 있다. 대학 축제를 둘러싼 상업화 실태와 달라지는 캠퍼스 문화의 현재를 짚어봤다.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축제에 GD맥주로 유명한 데이지라거 부스가 들어선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축제에 GD맥주로 유명한 데이지라거 부스가 들어선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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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봄축제 '라치오스'가 막을 연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는 기업 협찬부스로 둘러싸인 대형 브랜드 행사장에 가까웠다. 사자상 주변은 쿤달·틴더·빗썸·데이지라거 등 협찬 기업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고 학생들은 기념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반면 학생들이 운영하는 부스는 직접 손님을 불러 모아야 했다. 과거 학과와 동아리가 축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업 부스와 아이돌 공연이 가장 많은 인파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이날 틴더 부스 앞은 내내 문전성시를 이뤘다. 틴더는 역술가가 별자리로 연애운을 봐주고 체험 참가자에게 최근 '촉감 완구'로 유행하는 이른바 '왁뿌볼'(왁스로 코팅된 공)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에스파 공연을 보기 위해 축제를 찾았다는 한양대 대학원생 정모씨(25)는 "부스 콘셉트도 독특하고 굿즈도 센스 있다고 느꼈다"며 "유행하는 상품을 주는 기업 부스들이 확실히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한양대 재학생 이모씨(24)가 부스를 돌아다니며 모은 기업부스 상품들./사진=김서현 기자.
한양대 재학생 이모씨(24)가 부스를 돌아다니며 모은 기업부스 상품들./사진=김서현 기자.

학생들은 양손 가득 기념품을 들고 기업 부스를 '투어'하듯 돌아다녔다. 한양대 경영대학 재학생 이모씨(24)는 "기업 부스를 여러 곳 돌다 보면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 부스 앞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총동아리연합회 소속 한 부스에서는 닭꼬치와 소떡소떡을 각각 3000원, 2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근처 기업 푸드트럭존의 평균 가격대가 1만원대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었지만 발길은 뜸했다.

사람이 좀처럼 모이지 않자 학생들은 안내판을 들고 직접 호객에 나섰다. 한 동아리 관계자는 "손님이 적어 아쉽지만 기업 협찬이 늘어나면 학생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늘어선 줄에 주민등록증·학생증 교차 검증…'대포 카메라' 줄지어
한양대 학생들이 축제 공연장 입장 팔찌를 받기 위해 언덕 위까지 줄을 선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한양대 학생들이 축제 공연장 입장 팔찌를 받기 위해 언덕 위까지 줄을 선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오후 4시가 넘자 캠퍼스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졌다. 본 공연장 입장 팔찌를 받기 위한 줄이 언덕 위까지 길게 늘어섰다. 학생들은 학생증과 신분증을 손에 쥐고 차례를 기다렸다.

한양대는 이번 축제에서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했다. 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을 교차 확인하고 부정 사용 적발 시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도 내걸었다.

그럼에도 학생증 부정거래 사례는 발각됐다. 팔찌 배부 부스 관계자는 "업무를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재학생인 척 입장을 시도한 2명을 적발했다"며 "얼굴이 다르거나 수상한 경우 주소지를 물어보면 금방 들통이 난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신분증을 두고 왔다'며 입장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다만 부스 관계자는 "큰 소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부분 현장 제지로 마무리 된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바깥에 연예인을 촬영하기 위한 대포카메라가 다수 설치돼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공연장 바깥에 연예인을 촬영하기 위한 대포카메라가 다수 설치돼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공연 시작이 가까워질수록 공연장 주변은 붐볐다. 공연장 밖엔 팔찌를 받지 못한 외부인과 재학생들이 뒤섞였다. 한양여대 보건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22)는 "좋아하는 아티스트 공연을 멀리서라도 보고 싶어 축제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공연장 주변 풍경은 콘서트장에 가까웠다. 무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마다 연예인을 촬영하기 위한 이른바 '대포 카메라'가 줄지어 설치됐다. 카메라 주변에 자리를 잡은 학생들은 "촬영 카메라가 많으니 콘서트장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이 임박하고 비까지 내리자 경호원들은 큰 소리를 외치며 현장을 통제했다. 일부 학생들은 가방 검사 과정에서 반입 물품을 두고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공연장 바깥으로는 세 겹에 걸쳐 인파가 몰렸다.

일각에선 아이돌 공연 중심으로 바뀐 대학 축제를 두고 아쉬움을 표현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26학번 김모씨(20)는 "대학 축제의 목적은 '단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예인 섭외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고 보이는 모습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동아리나 학생회 부스 지원을 늘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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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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