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號 장한 도전 "한국 지도자 체면 세웠다"

허정무號 장한 도전 "한국 지도자 체면 세웠다"

황국상 기자
2010.06.27 00:57

"16강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 8강에 올라가 밤새 응원해주신 국민에게 보답하겠다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심정으로 16강전을 치르겠다."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기록이 끝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16강전 첫 경기에서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월드컵 본선 11회 진출, 우승 2회라는 기록을 가진 강팀 우루과이 앞에서 우리 선수들은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결초보은하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약속을 선수들이 똘똘뭉쳐 지킨 셈이다. 그런 만큼 경기가 끝난 직후 흘린 우리 선수들의 눈물은 뜨거웠다.

허 감독은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을 지휘한 사령탑'이자 '16강 진출을 진두지휘한 첫 토종감독'이라는 찬사를 한꺼번에 받게 됐다. 허 감독은 국내파 감독도 이만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증명한 첫 감독이 됐다.

허 감독이 2007년 돌연 사임한 핌 베어벡 당시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1998년 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래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안컵의 패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물러난 그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3일 경기 파주의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새해 첫 소집훈련을 가질 당시 허 감독은 "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이같은 판단력과 소와 같은 우직함) 호시탐탐(虎視耽耽, 먹이를 노려보는 호랑이의 날카로운 시선)의 자세로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도 그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은 쉽게 녹지 않았다. 올 2월10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32년만에 처음으로 중국에게 패배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남아공 입성 이전에 스위스 등지에서 가진 잇따른 평가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연착륙시키는 실험을 감행했다. 2002년 월드컵의 영웅인 이운재 대신 우리 팀의 수문장으로 신예 정성룡을 전격 기용했다. 안정환 등 이미 검증된 골잡이 대신 기성용 이청용 이정수 등 젊은 피를 대거 투입, 차세대 태극전사들이 큰 무대에서 맘껏 나래를 펼칠 기회를 선사했다.

비록 8강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 대표팀은 국내파 감독과 선수들만으로도 월드컵 본선무대를 휘저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제부터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곧 한국 축구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허 감독이 그려둔 밑그림이 구체화될 날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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