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 부총리의 비유

[기자수첩]진 부총리의 비유

정혁수 기자
2002.03.14 09:59

[기자수첩]진 부총리의 비유

진 념 경제 부총리가 13일 하이닉스 소액주주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진 부총리는 이날 증권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 들어서다 `하이닉스 해외매각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던 한 소액주주의 돌출행동으로 봉변을 당했다.

진 부총리는 뜻밖 봉변에 흥분한 탓인지 하이닉스 문제와 관련해 매우 부적절한 비유를 해 간담회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진 부총리는 하이닉스 회생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을 받고는 "한두달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독자생존을 주장할 수는 없다"면서 "대우자동차도 영업이익이 나고 있고 한보도 예전에 이익이 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해외매각 불가피론을 강조하려는 부총리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부총리의 비유는 너무 지나쳤다. 매각을 위해 국제간 협상이 진행중인 기업을 외환위기를 부른 결정적 계기가 된 한보나 분식회계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우자동차에 빗댈 이유가 무엇인가? 시집 보낼 딸을 결혼에 실패한 이웃 처녀에 비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간담회장에 있었던 한 참석자는 "앞뒤 문맥을 이해하더라도 너무 심한 표현"이라며 "협상에 도움을 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재를 뿌릴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 부총리는 간담회가 끝난 후 하이닉스협상을 묻는 질문에 "돼도 걱정, 안돼도 걱정"이라며 깊은 고민의 자락을 드러냈다. 걱정은 신중하고도 치밀하게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 덜 수 있다.

 무책임한 독자생존론을 경계하려는 부총리의 최근 발언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해서 그에게 밀가루를 뿌린 소액주주도 잘한 것은 없다. 그러나 냉정함을 잃고 불쑥 부적절한 비유를 들이대는 것도 한 나라 경제정책을 책임진 수장의 자세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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