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관론자로 사는 법

[기자수첩]비관론자로 사는 법

최규연 기자
2002.03.22 12:29

[증권부데스크][기자수첩]비관론자로 사는 법

"아내조차 내가 틀렸다고 하더군요."

스티븐 로치 모간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콘퍼런스를 이같은 '푸념'과 함께 시작했다. 로치는 "99.9%가 동의하지 않는 자신의 비관론"을 소개하는 강연 중간 중간에 '외로운'(standing alone), '미친'(crazy)과 같은 단어를 사용, 상당부분을 비관론자의 고충을 털어 놓는데 할애했다.

사실 비관론자는 증시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일단 쓴소리는 듣기 싫은 게 사람심리고 주가가 올라야 매출도 증가하는 증권계의 실적구조를 살펴봐도 비관론은 잘해야 본전치기일 정도다. 월가에서도 애비 조셉 코언 등 강세론자들은 예측의 정확성에 상관없이 여전히 명사대접을 받는 반면 2000년 반도체경기 침체를 가장 먼저 예견한 애널리스트가 암살위협마저 받았다는 현실에 비춰봐도 비관론자의 운명은 원래부터 '미운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비관적인 전망을 빗댄 '더블 딥'(이중하강) 춤을 춰보라는 동료의 조롱을 듣기도 하고 아내조차 자신을 외면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는 로치의 설명은 치열하게 느껴졌다. 이런 뚝심 때문인지 그는 지난해 미국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예견한 사람중의 한 명이었고 월가는 로치의 발언을 '환영하진 않아도' 주의깊게 듣는다.

최근 국내의 한 애널리스트가 '할 말은 하겠다'며 제도권을 떠났다. 그도 지난해 1월말 비관론을 피력하다가 시황쓰는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왕따'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이날 로치의 엄살스런 '푸념'을 주가지수 1만선 국가의 자신감으로 돌리기엔 어딘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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