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천덕꾸러기 벤처펀드

[기자수첩]천덕꾸러기 벤처펀드

문병환 기자
2002.03.25 15:03

[기자수첩]천덕꾸러기 벤처펀드

한국의 벤처세태는 4자성어로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이고, 가요로는 '돌고 돌고 돌고'(전인권)가 정답이다. '뜨다가 지다가, 웃다가 울다가, 뛰다가 멎다가…'를 끝없이 반복하는 꼴이다.

봄맞이 새 벤처드라마의 주역은 '펀드'. 이 펀드는 2년전 봄에는 인기 '짱'이었는데, 이번엔 천덕꾸러기 얼굴로 등장했다. 애물로 전락한 것이다. 요즘 벤처 관련 각종 펀드(투자조합)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옵셔널벤처스의 거액횡령 혐의가 불거지면서 그 불똥이 다른 벤처펀드로 튀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출자한 58개 벤처캐피털 투자조합들에 대해 중진공이 거래내역을 조사중이다. 봇물을 이루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펀드 역시 'CRC 조합이 대주주인 경우 기업공개(IPO)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코스닥위원회의 심의결과가 최근 나오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때문에 벤처캐피털업계 사람들은 초봄의 온풍에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2년여 벤처캐피털은 갖가지 펀드를 양산해냈다. 구조조정펀드,인터넷펀드,바이오펀드,영상펀드,엔터테인먼트펀드,여성벤처펀드,게임펀드,콘서트펀드 등등. '깡통'이 된 게 한둘이 아니다. 손해본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의 원성이 갈수록 불거져나올 태세이다.

지금은 오히려 견딜만하다고 말하는 벤처인들도 있다. 2004년쯤에는 많은 펀드들의 만기(5년)가 도래하면서 상당부분 현금을 출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투자 기업의 코스닥 등록이 그전보다 까다로워졌고, 등록해봐야 투자원금 대비 큰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때문에 '펀드대란설'을 점치는 이도 있다.

벤처인들은 그렇다고 크게 낙심하지도 않는다. 단련이 돼서일까? 어쩌면 투기에 가까운 투자열풍이 한차례 지나간 뒤 재출발할 의지를 겨우내 다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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