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든데스와 제일은행 예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증권거래소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상장 폐지 관련 규정에 예외를 두어 제일은행의 상장 폐지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거래소는 제일은행에 대한 예외 적용에 반대했지만 정부당국의 완력에 어쩔 수 없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거래소 이사회 결정의 핵심은 정부가 주요 주주면서 금융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상장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상장 폐지 규정의 주식분산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일 때만 예외를 적용해 오던 규정을 개정해 뉴브리지캐피털이 5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제일은행을 연명시켜준 셈이다.
그러나 이는 증시의 건전성 확대를 위해 퇴출기준을 강화하는 이른바 `서든데스' 조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다.
같은 날 증권거래소는 `서든데스' 제도의 적용으로 23일까지 26개 기업이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른 소액주주의 손실액은 13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내놨다.
졸지에 `서든데스'를 맞은 기업의 소액주주로서는 "다른 기업은 가차없이 상장 폐지를 시키면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막아주느냐"고 반발할 게 뻔하다.
정부는 비록 형평성은 어긋날지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변하겠지만 정부 지분이 없는 기업도 국가경제의 일원이긴 마찬가지다. 강화된 기준에 따라 상장폐지가 예정된 대우전자도 구조조정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전자가 증시에서 퇴출돼 매각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 역시 국가적차원에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퇴출 대상 기업마다 나름대로 사정은 다 있다. 다른 기업들이 각자 사정을 제시하며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할 경우 어떤 근거로 막을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