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만한 미국
로마 제국 이래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갖춘 미국은 지금 오만하다. 미 테러사태 직후만해도 국제적 협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미국은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철강전쟁의 불씨를 태연히 지피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끈하자 미국은 오히려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가운데 불똥은 한국 등 변방의 철강수출국에 떨어질 기미가 완연하다.
당대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꼽히는 뉴욕타임스의 토마스 프리드만은 "냉전 이후의 새로운 세계질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고 단정하며 이에 순응하는 자는 흥하지만 이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은 도태되고 만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화라는 시대적 담론을 때로 타국에 설득과 압력의 무기로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IMF사태 이후 많은 부분을 개선했거만 걸핏하면 글로벌화가 덜 되었다는 핀잔을 미국의 유명 언론과 저명 인사로부터 듣는 신세다.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이 말의 빈도는 더욱 잦아지고 강도도 세진다.
부시와 공화당 정권의 표밭갈이를 위해 지펴진 철강분쟁은 이대로 가다간 보호무역주의의 망령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최대의 적이다. 틈만나면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외쳤던 미국은 지금 이율배반의 길을 걷고 있다. 미 테러사태의 주요인 중 하나가 미국의 독선과 이중성이었다는 지적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죠셉 나이 하바드대학 케네디스쿨 학장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로마 이래 최강인 미국은 국제적 협력없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글로벌 정보시대에 서 있다"며 미국의 오만함을 경계하고 나섰다. 미국의 무응답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