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강세장은 의심 속에 온다"

[오늘의 포인트]"강세장은 의심 속에 온다"

권성희 기자
2004.10.05 11:49

[오늘의 포인트]"강세장은 의심 속에 온다"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 헤드를 비롯해 몇 명이서 식사를 했다. 주제는 주식투자. 사적인 모임에서 주식투자가 주제에 오르면 상투라는 말이 있으나 부디 그런 오해는 말아주길…대부분이 여유 자금이 있어서 꾸준히 주식에 투자해온 사람들이라 화제는 자연히 주식 투자로 흘러갔다.

그 자리의 한 사람이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헤드에게 물었다. "지금은 뭘 사야돼요?" 이 리서치 헤드는 경기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증시를 좀 보수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근데 이 리서치 헤드는 이렇게 반문했다. "투자기간을 얼마로 보는데요? 2~3개월, 1년?"

처음 질문을 던진 사람이 "단기도 좋고 장기도 좋고"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리서치 헤드는 "1년 갖고 있을 생각이라면 다 좋죠. 단기적으로는 좀 불안한데 1~2년 묻어둘 생각이라면 우량주 아무거나 사세요."

국내 증시에 소위 말하는 '매수 후 보유(Buy & Hold)' 전략이란 없었다. 2~3년 간격으로 1000 갔다 500 내려왔다를 반복하니 최선의 투자는 타이밍이었다. 경기 사이클, 주가 사이클에 따라 모멘텀 투자가 성행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많은 국내 기관 투자가들이 위에 언급했던 리서치 헤드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이제 모멘텀 투자의 시대는 가고 있다는 것. '매수 후 보유' 전략으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김영일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시장의 질적 변화 중에 가장 큰 것이 모멘텀 투자가 힘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이익 변동성과 유통 주식수가 줄면서 과거처럼 샀다 팔았다하는 시장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경기가 나쁘고 시장이 나빠도 저평가된 좋은 주식으로는 계속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올랐던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경기를 가지고 증시를 안 좋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경기 사이클상으로도 지금이 매수 시기"라는 의견을 밝혔다. 경기가 내년 1분기까지 좋지 않고 2분기가 바닥이라는 전망들인데 그렇다면 6개월 정도 미리 주식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는 생각들을 투자자들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익 한셋투자자문 이사도 "최근 랠리에서 삼성전자만 못 올랐던게 3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을 밑돌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는데 막상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하고 나면 악재가 선반영돼서 오히려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내년 1분기, 2분기까지 나빠지다가 바닥을 친다고 한다면 실적 발표 후에 사서 6개월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실적 발표 시즌을 계기로 IT주가 반등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지금 좋게 볼 이유도 없지만 사실 유가를 제외하고는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50달러도 이미 노출된 악재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외국인이 급격히 팔면 시장이 불안하지만 시장에는 외국인이 850 밑에서는 팔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이 있다"며 "이 믿음 때문에 조정을 받아봤자 800선 전후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저점이 800 전후라면 주식을 갖고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들을 투자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 이 이사는 "저점은 800으로 보지만 고점은 한계를 두지 않고 있다"며 "사실 900이 고점이라면 지금 차익을 실현해야 하는데 차익 실현 매물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또 이번주들어 외국인이 2일 연속 순매수 전환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공교롭게도 콜금리 인하를 국내 투자자보다 먼저 감지해왔다는 것. 올 8월에도 금통위 직전에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중심으로 대거 순매수를 보이며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 이사는 "지난주말까지 10일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목요일(7일) 금통위를 앞두고 월요일부터 순매수 전환했다는 것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라며 "설사 이번에 금리가 인하되지 않아도 시장은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안해도 11월에는 할거라는 기대감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금융기관 펀드매니저 역시 "시장이 리레이팅되고 있어 모멘텀 투자는 힘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경기 전망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파는게 아니다"라며 "시장이 절대적인 리레이팅 국면에 접어들어 우량주 주식은 진짜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현재 국내 증시 PER이 7인데 10~12까지는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경기나 업황을 가리지 않고 업종 대표주들은 앞으로 몇 년간 들고 있으면 PER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펀드매니저 역시 "기술주도 2분기가 업황이 바닥이라면 지금 사서 들고있어야 한다"며 "일부 종목은 이미 PER이 높아지면서 리레이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현대차는 지금 내수가 좋다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향후 수년간의 리레이팅과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고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정 때 살 생각이라면 영원히 못 살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시장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내 증시가 진실로 조정 때 사서 주가가 오르면 차익 실현해야 하는 모멘텀 시장에서 저평가에 주목하는 가치투자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면 타이밍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올라 불안하다고 해도 여유자금의 50%는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야 한다고 한 펀드매니저는 말했다. 강세장은 의심 속에 커간다는 증시 격언도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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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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