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돌반지 팔아 주식 샀다"

[오늘의 포인트]"돌반지 팔아 주식 샀다"

권성희 기자
2004.10.08 11:30

[오늘의 포인트]"돌반지 팔아 주식 샀다"

"주식하면서 제일 무서운게 수급장이다. 한 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면 그 쪽으로 계속 간다. 그러나 무너지면 무섭다. 이번 수급장도 어떤 충격에 폭락할 수 있다. 유통 주식수가 워낙 없어 조금만 사도 오르지만 조금만 팔아도 급락할 수 있고 누구도 왜 오르는지를 수급 외에는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락이 있다면 더 좋다. 주식이란 돈이나 시간이 많은 사람이 결국 이긴다. 시간을 길게 보고 그 폭락을 이겨낸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낙관하는 사람이든 비관하든 사람이든 지금 장세를 보는 마음은 다들 조마조마하다.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주가가 3개월째 강세를 유지하며 720에서 890까지 올랐으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낙관론자는 조정없이 계속 가는게 오히려 폭락의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고 비관론자는 경기 상황으로 봐서는 안 될거 같은 장이 되니까 여간 혼란스럽지 않다.

시장을 조심스럽게 봤던 A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850이면 오버슈팅을 감안하더라도 베어마켓 랠리의 한계라고 봤다. 근데 계속 오르니 왜 오를까 생각했다. 수급이었다. 적립식 펀드 증가와 그간 자금을 집행하지 못했던 기관들이 저금리로 인해 주식을 사고 있는 것이 이유였다. 기관들이 연말까지 3개월 남은 상황에서 수익률이 고민되니까 주식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지속될까. 900을 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삼성전자 실적이 얼마나 하강할지 모르고 내년 경기가 어떻게 될지, 고유가가 경제와 기업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할 때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확실게 너무 많아 지금부터 베팅거는 것은 불안하다. 아직도 베어마켓 랠리의 오버슈팅일 뿐이라고 본다."

B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A 운용사의 팀장이나 B 운용사의 팀장이나 모두 가치 투자자고 주식은 720부터 꾸준히 사왔던 사람들이다. B 운용사의 팀장도 지금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고 공감했다. 그러나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종합지수는 껍데기다

"종합지수 보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수대인 것은 사실이다. 지수가 900에 근접했고 시가총액 상위 30위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고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나쁜데 주가만 이렇게 올랐으니 지금 주식 산다고 하면 무모해보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저평가 종목이 많고 한국 증시는 비싸지 않다. 지금 한국 증시의 PER은 여전히 아시아보다 낮고 일본 경제가 최악일 때에 비해서도 1/3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가 운용하는 배당지향적 성장형 펀드 보면 펀드 기준가는 50~60%가 급등했지만 아직 개별 종목별로 배당수익률이 6~7%인 종목들이 많다. 또 PER이 시장 평균의 절반, PBR은 0.5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이 많다. 괜찮은 종목 가운데 많이 올랐다고 하는 지금 주가에서도 시가 배당률이 5%가 넘는 종목이 100여개에 달한다.

경제는 나쁜데 주가만 오른다고 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IMF 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800원에서 두 배로 급등했는데 환율이 뛰기 전에 이미 주가가 800에서 600 밑으로 떨어졌다. 주가 떨어질 때는 왜 그런지 몰랐다. 시장은 경기를 선반영한다.

원래 주가가 오르면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증하는게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주가는 계속 오르는데 거래량은 제자리다. 이는 유통주식수가 줄었기 때문도 있지만 투자 문화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들며 주가가 폭등했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기 위해 산다는 거다. 지금은 그런 개인 다 떠나고 소신 투자자, 가치 투자자, 중장기 투자자만 남았다. 이런 투자자들은 보유하기 위해 주식을 산다. 지금 가계와 기업, 정부 중 재정 상태가 제일 좋은 곳이 어딘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주식을 통해 보유하는게 매력적이지 않은가.

종합지수는 껍데기일 뿐이다. IMF 이후 주가가 10배, 20배 오른 종목이 수없이 많다. 기술적으로도 장기 파동상 증시는 레벨-업되고 있다. 단기 충격으로 주가가 떨어진다면 사야할 조정이다. 5년전에 돌반지를 팔아 아이에게 증권 계좌를 만들어줬다.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주식을 사는 문화가 국내에도 정착되지 않을까."

돈이 흐르는 곳을 따라가야

지난해부터 국제 투자환경의 테마는 달러화 약세-비달러화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비달러화 자산 중 하나인 상품(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이머징마켓 증시 강세 등이었다. 이 테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만 바라보며 단타 매매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세계화된 현재는 투자의 큰 맥이 무엇인가를 짚어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내 증시는 새로운 테마에 접어들고 있다. 다음은 돈의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는 I-Banker(인베스트먼트 뱅킹 투자자, 외국계 증권사의 주 수익원은 브로커리지가 아니라 IB 주간과 IB 직접 투자다) 중의 한 명이 예상하는 향후 3년간의 투자 테마다.

"부동산은 전세계적으로 피크를 친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국내 자금시장의 테마는 주식이다. 이유는 자산의 재분배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익이 높은 쪽으로 자금은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게 향후 3년 정도는 주식이라고 본다. 주식시장 테마는 2가지로 진행될 것이다. 우량주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면서 리레이팅이 일어나고 소외주는 더 소외될 거다.

그런데 이런 시장 소외주 가운데서도 시가총액이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좋은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이 기업들의 경우 유상감자를 하든 상장(등록) 폐지하든(이후 재상장 혹은 재등록하든) 청산하든 다른 기업과 M&A를 통해 새 기업으로 태어나든 변화를 꾀할 것이다. 이는 총체적으로 리캐피털리제이션(Recapitalization)이다. 포트폴리오를 재평가가 예상되는 우량주와 시장에서 소외받지만 리캐피털리제이션이 예상되는 종목으로 반반씩 구성하고 있다."

금리가 좀 오른다 해도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시대인 것은 변함이 없다. 저금리 시대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수익이 없다. 옛날엔 은행에 돈 넣어두고 가만히 있으면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이자가 지급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저금리 시대엔 몸이든, 머리든, 돈이든 움직여야 한다. 돈이 어디로 움직일까. 돈이 흐르는 곳을 주목해야 한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벌써 1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증시는 오히려 강세다. 외국인도 많이 올랐으니 차익 실현 욕구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9월말 이후 시장 지수에 대한 외국인 영향력은 좀 줄고 기관 영향력은 커졌다는 점에 주목하자. 그리고 이날 거의 1000억원에 도달하는 기타법인으로 분류되는 자사주 매입에도 주목하자. 자사주 매입이 시장에 하방경직성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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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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