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없었으면 韓경제 경착륙 했을 것"

"中 없었으면 韓경제 경착륙 했을 것"

강종구, 권화순 기자
2007.06.20 07:01

[창간특집]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인터뷰-①경제편

[편집자주] 【편집자주】창간 6주년을 핑계로 머니투데이가 박승(朴昇·71) 전(前)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여기저기서 위기라고 하는 지금, 그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국내 최고의 경제발전론 전문가이자 6공화국에서 대통령경제수석과 건설부장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현실경제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 박 총재는 `행복한` 선진 한국을 위해서는 경제의 선진화 못지 않게 교육과 통일문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신의 선진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한은 총재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간 지 1년이 조금 지난 후 박 총재의 몸무게는 10kg이나 빠져 있었다. 식사약속과 술자리가 줄고, 늦게까지 일하던 시간을 규칙적인 운동으로 일상을 채우니 몸이 가뿐해 졌다고 했다.

여느 해보다 6월의 태양이 뜨거웠던 지난 15일 오후, 26년째 살고 있다는 박 총재의 단독주택을 찾았다. 경제발전론의 대가로 현실에서 한국의 성장과 고난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그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갈길을 듣고 싶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난 후 "이렇게까지 종합적으로 이야기 해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마치 그가 가진 모든 통찰을 전수해 주고 싶어하는 듯, 무려 2시간이 넘도록 한차례도 쉬지 않고 물 한잔에 의존해 열변을 토했다. 경제와 부동산, 교육과 통일문제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막힘이 없었다.

박 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의 대담 내용.

"개방화와 중국의 등장으로 세계경제는 경제원론을 다시 써야 하는 장기 고원경기가 진행중이다. 고성장-저물가로 과잉유동성이 유발돼 자산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제발전론의 전문가신데, 세계 경제 구도가 지각변동이라고 할만큼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방화와 중국 러시아 등 신흥 경제대국의 등장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최근 세계경제의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 지금 세계경제는 큰 전환점에 와 있다. 수백 년 지속돼 온 보호주의에서 개방시대로 이행하고 있고, 중국의 부상을 계기로 세계 대부분 후진국들의 개발 약진, 세계 대부분의 빈곤국가가 일어나는 그런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전환기이고, 중국의 부상과 개방시대의 두가지 결합의 출현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 고성장-저물가 시대를 열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원론은 고성장이면 고물가다. 지금은 고성장-저물가로, 과거 역사에 없는 장기 고원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90년대부터 시작해서 최소한 약 20년동안 지속되고 있다.

장기 고원경기라는 것은 경기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3년호황 후 2년 침체니 하는 경기사이클, 이런게 의미가 없다. 경제학을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는 소득의 양극화, 분배의 악화다.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미국도 그렇고 독일도 양극화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개방이 되고 중국등의 저임금이 세계에 퍼지면 양극화는 필연적이다. 국제 경쟁우위 산업은 계속 뻗어가고 경쟁열위산업은 침몰한다. 양극화는 경제의 실패가 아닌 성공 때문에 생긴다. 세계구조 변화와 경제가 효율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으로 고통스럽지만 장기 발전적으로는 반가운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반도체, 철강, 조선 등이 경쟁우위에 있다면 농업, 중소기업, 자영업은 열위에 있다. 이 세 부문이 침몰하니까 민생경기가 나쁘고 분배가 악화된다.

셋째로 고성장-저물가이니 저금리가 도출된다. 전에 내가 미꾸라지 물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위장된` 물가안정이다. 고성장이면 고금리가 돼야 하는데, 물가가 오르지 않고 중앙은행들은 물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펀더멘털, 즉 경제성장률, 투자수익률, 적정유동성에 비해 너무 낮은 금리 체계가 됐다. 미국도 그렇다고 그린스펀도 지적했다. 나보다 늦었지만(웃음).

저금리로 과잉유동성이 생기고 여기서 나온 귀결이 자산가격, 부동산과 주식가격의 거품이다. 이것도 세계적 현상이다. 지금은 세계 발전사적 흐름이 그런 특수 단계에 진입했다.

-그런데 지금 세계 중앙은행들은 물가안정을 더욱 강조하고 있고, 그 예로 물가목표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자산가격 거품의 문제를 중앙은행이 제대로 통제할 수 없게 되지 않나요?

▶조정된 물가, 개방화와 중국의 등장으로 위장된 부분을 조정한 물가에 금리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잉유동성 문제와 자산가격 거품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경기와 상충될 때 문제가 된다. 경기가 나쁠 때는 이것을 제대로 감안하기 어렵다. 내가 한은 총재 재임중에 그랬다. 체감경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그러나 경기 회복 국면으로 가면 그 문제를 심도있게 감안해야 한다.

-최근에 한국은행 통화정책이 수월해 졌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경기가 한은 총재로 계실 때보다 좋아진 상황이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금리를 올리라고 직접 함축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갈등을 덜 느끼는 상황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과거에는 불황이라 유동성 관리를 위해 금리인상을 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경기회복국면이고 자산가격이 잠잠해졌다. 이런 요인에 의해 통화정책이 제약을 덜 받아도 된다.

"중국경제가 없었다면 한국은 3%대 경착륙으로 갔을 것이다. 중국이 다 망했던 굴뚝산업을 살려 감속성장단계에서 연착륙에 도움을 주고 있다

- 한국 경제의 선진국 진입은 희망적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중국의 부상이 경제발전사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우리 경제를 큰 흐름으로 보면 선진화를 향해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4~5% 수준이 가능할 것 같고, 이런 성장률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의 선진화는 정상적인 진행을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민생경기의 고통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부상은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지만 종합적으로는 매우 좋은 기회다. 한국경제는 지금 초기 산업화단계와 고도성장을 지나 선진화 성숙단계, 감속성장 단계에 들어섰다. 과거 40년간 연평균 8%성장률에서 3~5%로 떨어지는 건 필연이다. 스무살이 넘으면 키가 크지 않듯이 경제도 그렇다.

여기서 3%수준의 경착륙으로 가는가, 4~5%의 연착륙으로 가느냐, 이 선택의 기로에 우리가 놓여 있다. 미국, 일본, 독일도 우리와 같은 일을 겪었다. 일본은 73년경에 4% 수준의 연착륙을 했고 독일은 2%로 경착륙 했다. 한국은 감속성장단계에서 중국의 부상 덕으로 현재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잠재성장률 4~5%는 성공적인 연착륙이다. 중국이 없었다면 3%의 경착륙으로 갔을 것이다.

다만 약을 주지만 병도 준다. 중국의 저임금에 기반한 저가제품이 들어와서 우리의 열위산업이 쓰러진다. 중국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지는 게 문제다. 그런데 양극화는 선진화 과정에서, 자동차가 달리면서 내뿜는 배기가스 같은 것이다.

양극화와 민생고는 단기적으로 고통이지만 길게 본다면 발전의 촉매다. 예를 들어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 자영업이 선진국의 2.5배 규모다. 구멍가게는 대형 수퍼마켓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국을 잘만 활용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우리경제의 연착륙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외환위기는 감속성장의 신호탄이었다. 철강산업 지금 대호황이지만 외환위기 당시 모두 크게 흔들렸다. 운송산업 특히 해운, 전부 부실의 위험을 겪었고 시멘트와 건축자재 수요는 급감했다. 성장 감속단계에서 생긴 현상이다. 다 망했는데 중국이 살렸다. 조선, 철강 주가 오르는 것 한마디로 중국 덕이다. 굴뚝 산업에 새로운 수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중국 인도 등 브릭스, 중동, 아세안, 남미 등의 호경기 유지가 굴뚝산업의 고수요를 유발한다. 좁혀 말하면 중국 효과이고, 넓게 말하면 후진국들의 산업화 개발 수요다. 이것이 굴뚝산업 회복으로 이어지고 고용과 국내투자를 유발한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부채 구조조정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축소경영을 하면서 투자를 소홀히 했다. 그러자 이제 우리 기업들이 샌드위치 위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는 부채의존 성장과 저임금 의존성장의 한계 선언이다. 소위 산업화적 고도성장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IMF 때 쓰러진 기업들 빚 많아 망했다. 그 후 기업들은 저금리와 부채감축으로 커왔다. 금융비용부담률(전체 매출액에 대한 이자비용)이 IMF 직전 7%에서 1%로 줄었다. 엄청난 변화다 매출액의 6%가 과거 비용으로 가던 것이 지금 순익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 이익의 근원은 부채축소에서 절반이 왔고 또 하나는 15%에서 5%로 떨어진 저금리에서 왔다.

이제 그것도 한계에 왔다. 지금 위기요인은 바로 그것, 이익의 원천을 어디서 찾을 것이냐에 있다. 앞으로는 실물 경쟁력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기술 축적과 그로 인한 산업의 합리화, 고급 인적자본의 투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경쟁력의 종합 예술시대로 들어간 것이다.

"경제는 선진국으로 가는데 공동체의식은 후진국이다. 1인당 소득 3~5만불 갈 수 있어도 유럽과 같은 삶의 질은 대단히 어렵다. 공공서비스 확충을 위해 정부와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적인 성공만 가지고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국이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한국의 선진화 기본문제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의식문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데 부족한 것은 밥, 옷, TV, 자동차 등 경제재가 아니고 공중도덕, 교육, 의료, 주거환경문제.. 이런 공공서비스다. 좋은 공공서비스는 공동체의식구조를 가져야만 나온다.

한국은 개인재 생산은 일등이다. 쌀, 옷 생산하는 산업성장은 잘한다. 쌀과 옷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다. 한국의 선진국 결정요인은 사회공공서비스인데,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해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의식구조면에서 한국은 후진단계다. 물질의 압축은 가능하지만 정신의 압축은 불가능하다. 하루아침에 떼부자는 되지만, 사회적인 공동체의식은 하루아침에 안 된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일인당 소득 3만불, 5만불 갈 수 있으나 미국과 유럽과 같은 삶의 질 유지는 대단히 어렵다.

가장 열악한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공공재다. 교육을 나 혼자 돈 벌어 내 자식만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세금 내서 학교 만들어 같이 공부시켜야 한다. 직접표현을 들자면 교육세를 내고 유산을 대학에 바쳐서 좋은 학교 만들어 모든 자식 함께 공부시키려고 하지 않고 내 자신만 교육시키려고 하니 과외를 시킨다. 사교육은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재화로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사교육에 바치는 교육비를 정부에 세금으로 내고, 유산을 대학에 바쳤으면 교육문제는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교통, 환경 다 마찬가지다. 환경 잘 지켜 맑은 물 생산하려고 안하고 자기만 정수기를 사서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공공재 해결이 안 된다. 선진국단계는 재화가 아닌 공공서비스 시대다.

-정신의 선진화, 사회공공서비스의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어떤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까.

▶가만히 두어도 해결되겠지만 오래 걸릴 것이다. 선진국에 가면 공동묘지가 도시 한가운데 있다. 한국에서는 반대가 심하고 근처에 살려고도 안한다. .의식변화를 앞당기려면 정부나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정부가 나서서 캠페인도 하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솔선 수범이 있어야 한다. 자기 유산을 학교나 공공시설에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사회이익을 우선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사회공공재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급이 없다. 국가가 재정을 마련하고 부유층이 사회에 환원해서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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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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