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조성, 뭔가 있을 것" VS "섣부른 기대감"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전날 밤 전격 입국함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이 금융권의 관심사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의 출국금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감행한 그의 방한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조기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은 금융허브 육성, 투자 유치 등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와 맞물려 감독당국이 입장을 바꿀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과도 맞물려 있다.
하지만 법적인 불활실성이 모두 해소 돼야 매각을 승인할 수 있다는 당국의 입장에 아직 변함이 없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기대감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론스타 회장 "자발적 입국 의미 부여해달라"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전날 자정께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입국장에서 취재진들에게 "한국에 자발적으로 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해 달라"고 말했다.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이 끝난 뒤 설명하겠다"며 직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에 머물면서 11일 오전 10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관련공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일단 그레이켄 회장을 11일 법정증언이 끝난 후 소환할 계획이다.
그레이켄 회장의 입국배경에 대해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론스타의 국내 홍보사 측도 "자발적으로 입국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사법당국의 판단에 대해 '결백하다'며 정면으로 반발해왔던 론스타가 그간의 태도를 바꾼 것임은 분명한 셈이다.
◆새 정부에 '러브콜?'
금융권에서는 경제살리기와 외국자본 투자유치를 강조하는 친기업 성향의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론스타가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지난 6일 데이비드 엘든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외국인 투자부분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금은 본국 송환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엘든 위원장은 지난 37년간 HSBC은행에서 근무하며 회장까지 지낸 금융계 거물이다. 최근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발언은 흘려듣기 어렵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엘든 위원장과 그레이켄이 만나 이야기 나눌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독자들의 PICK!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사모펀드의 회장이 사법처리의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온다는 것은 (자기방어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의 경우 만약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싸게 샀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근거로 론스타에게 죄를 묻지는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론스타-HSBC간 체결한 외환은행 매매계약이 최종 성사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론스타의 한국내 마지막 알짜배기 자산인 외환은행 매각을 밀어붙이기 위해 그레이켄 회장이 입국했다고 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론스타는 자신들이 불법을 저지른 적이 없어 억울하지만 한국에 들어가면 구금될 수 있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한 바 있다"며 "이제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위 내 공식검토 없어..의견분분할 듯
그러나 이같은 시장의 해석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독당국이 입장 변화를 시사한 적이 없고 인수위 내부에서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외환은행 매각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법을 위반했다면 법대로 해야 한다"며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매각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판단은 정당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최경환 간사(한나라당 의원)는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을 가장 앞서 파헤쳤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수위 내에서도 외환은행 문제에 대해선 '적어도' 의견이 분분할 밖에 없을 거라는 얘기다.